경찰서 코앞 의왕 고천사거리서도 보행자 신호 무시 버젓이 무법 질주 위반 땐 범칙금 6만원·벌점 10점...전문가 “규정 홍보·여론 조성 필요”
12일부터 이른바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한 단속이 시행됐으나 경기도내 곳곳의 교차로에선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는 시민들을 무시한 채 지나가는 차량들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안양예술공원 사거리 교차로.
보행자 신호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 두 명의 등 뒤로 승용차 한 대가 쏜쌀같이 지나갔다. 특히 경찰의 눈길이 닿지 않은 이곳의 인근 교차로에선 시민들의 발자국이 횡단보도에 남아있음에도 버스나 승용차들이 멈춰서지 않고 우회전하는 모습이 연이어 포착됐다.
더욱이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경우까지 운전자는 차량 운행을 멈춰야한다. 그러나 안양시 비산동사거리에선 횡단보도를 건너가고자 손을 드는 등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한 시민들을 아랑곳하지 않은 차량 5대가 속도조차 줄이지 않고 운행하는 등 이 같은 규정은 유명무실화됐다.
이날 정오께 의왕경찰서 바로 앞 고천사거리에서도 버젓이 켜진 보행자 신호에도 차량과 시민은 뒤엉켰다. 횡단보도 앞 속도를 줄인 1톤 화물차 운전자는 이 같은 규정을 지키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4명의 시민 사이로 차량을 몰았다. 60대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다른 차들도 다 이렇게 간다”며 되레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 이곳 인근에선 보행 보조기구로 교차로를 건너는 70대 노인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등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매일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시민 이하영씨(52)는 “교차로를 다 건너기 전 쌩쌩 지나가는 차량들로 아이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등 중요한 곳에선 강력한 단속으로 이러한 모습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시민이 이번 규정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등 우회전 일시정지에 대한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안전벨트 착용과 같은 전례를 볼 때 교통 관련 정책이 정착하는 데 수십년이 걸린다”면서도 “경찰청 등 정부가 정책 변화에 대한 홍보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정책이 보행자 중심인 만큼 운전자는 물론이고 보행자들까지 이러한 사안을 인지하는 등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하는 데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회전 일시정지를 위반한 차량 운전자는 이날부터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지역에선 차량 우회전으로 54명의 사망자, 3천97명의 부상자가 각각 발생했다.
이정민·윤현서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