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동화천 등 도시개발 사업에 급격한 토적… 생태계 파괴 우려 유입 모래 포집·필터링 시설 필요... 市 “쌓인 흙과 생태계 관계 검토”
“모래가 시화호 상류 갯벌을 뒤덮는 바람에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10시30분께 찾은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상류. 수문이 개방되면서 사면이 드러난 시화호는 백사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만난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68)는 바닥에 깔린 모래를 어루만지며 울분을 토해냈다. 시화호 상류에선 과거 발을 내딛을 수 없을 만큼 질퍽했던 갯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류 2㎞가량의 갯벌은 두께 70㎝의 모래로 뒤덮여 있었으며 모래가 없는 곳엔 좁은 물길이 형성돼 있었다. 최종인씨가 갯벌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모래를 퍼냈지만 보이는 것은 고운 모래뿐이었다. 최씨는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외부 토사가 시화호 상류로 들어오고 있다”며 “모래로 덮인 갯벌에서 갯지렁이, 패류 등 생물이 죽어가고 법면은 침식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모래를 포집해 필터링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토사가 시화호 상류로 유입되면서 간척지가 침식되고 있다. 반월천·동화천·삼화천 등 3개 하천 인근에서 이뤄지는 도시개발 사업으로 발생한 모래와 흙이 빗물을 타고 유입된 것이 주원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상류층의 60~70%의 모래는 최근 2년간 급격하게 토적됐으며 여기에 상류의 물길이 더해져 법면이 침식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간척지에 서식 중인 갯지렁이와 패류 등이 자취를 감추며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씨는 “간척지에 흙이 쌓이고 법면이 깎이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모래로 뒤덮인 간척지는 썩게 될 것이고 시화호 상류뿐만 아니라 전체가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화호 관계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안산시는 토사 유입의 정확한 원인과 양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뒤늦게 이 같은 상황을 파악, 현장 점검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당장 간척지에 쌓인 모래를 파낼 경우 또 다른 오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현장을 살피고 토사의 정확한 양과 유입 원인을 파악한 뒤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 다만 올여름 비가 많이 내려 인근 공사장의 흙이 휩쓸려 내려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조력발전소 흐름에 따라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추측하지만 간척지에 쌓인 흙이 시화호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인근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이 토사 유입의 원인이 되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구재원·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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