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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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건축물관리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이 지난 8월4일자로 발효됐다.

이번 개정안을 놓고 6월 8일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송석준 국회의원의 주선으로 대한건축사협회 17개 시·도 건축사회 회장들과 국토부 정책관, 국토부 관계자들과 2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을 했지만 서로 의견 편차가 커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후 국토부에서는 일선 시·도에 이에 대한 의견 조회가 있었고 경기도청에서는 31개 시·군의 의견을 받아 반대 의견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시·도에서도 분명하게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건축사회 소속 건축사 1천여명의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고 부산에서도 650여명의 반대 서명서를 국토부에 제출했음에도 편법으로 건축물 관리법이 아닌 시행규칙으로 개정됐다.

이번 사례를 통해 국토부의 권세가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나 국민의 안전,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건축사회의 의견은 간단명료하다. 해체감리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면 건축주와 시공자의 지휘를 받고 있는 해체 감리자는 나약할 수밖에 없기에 해체 감리자를 모집 공고한 후 감리자 명부에 등록하고 허가권자가 지정해 먹이사슬을 끊자는 것이다. 더 투명하고 안전한 해체공사가 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와 협의를 통해 고쳐 나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해체 감리금액에 따른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감리자를 교체할 수 있다는 항목은 우리나라 현실이 발주자 아래에 있는 시공사의 저가 도급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감리부분에 시공단가 대비 감리 금액을 책정한 부분이나 금액에 대한 권리를 가진 발주자의 저가 덤핑요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제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광주 해체 공사 사고 이후 해체공사 관계자, 건축사, 국토부, 언론인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해체 공사비가 책정된 이후 해체 계획서가 작성되고 이에 따른 저가 감리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보면 발주자가 제시한 금액이 아니면 해체감리를 일방적으로 몇 번이고 바꿀 수 있는 졸속 법안을 만들어 공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옛말을 기억하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건축법 제25조 건축감리 규정에서는 이러한 부조리와 병폐를 방지하고자 건축 설계자는 당해 건축물에 대해 건축 감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물론 외국의 경우에는 건축설계자가 감리를 하고 해체공사까지 겸하는 사례들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축물이 생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기상조가 아닌가 한다. 먼저 발주자와 시공자, 설계자와 감리자의 영역이 엄격히 분리되어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선행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국토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작고 힘없는 일선에서 일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정내수 경기도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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