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문화예술의 트렌드는 ‘관객성’이다. 예술작품 그 자체, 창작자 혹은 연출자, 그리고 작품의 일부인 공연자들만큼이나 작품을 향유하는 관객의 역할과 위치가 작품의 완성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또한, 동시대 관객의 성향이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창작자 관점에서 작품에 관여하여 예술을 경험하고, 작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를 희구한다는 점이 그렇다. 즉 관객은 더 이상 창작가 표현하고자 했던 관념을 이해하는 제 3자가 아닌, 해당 작품의 주체가 될 때 가장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자신의 느낌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재생산한다. 대표적인 예로 아르떼 뮤지엄과 같은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관객은 어느 순간 작품의 주인공이 된 듯 동화되는 몰입을 경험한다.
관객성은 예술작품을 접하는 시기 관객의 성격이나 성향, 역할 등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관객은 공연예술에서의 관객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앞선 예시처럼 뮤지엄을 관람하는 관람객도, 문학작품을 읽는 독자도, 길을 지나가다가 의도치 않게 어떤 작품의 일부가 되어버린 행인마저도 관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동시대 문화예술에서 설명하는 관객성의 요지다. 그만큼 동시대 문화예술에서 관객을 만나는 예술 창작자들의 인식이 변화했고 예술작품에 대한 능동적인 관객 참여가 많아졌으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상당 부분 허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성은 왜 동시대에 와서 중요성을 띠게 된 것일까? 애초부터 관객을 하나의 주요소로 인식하는 공연예술에서 그 의미를 제고(提高)해 본다면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확인해볼 수 있다. 공연예술에 있어 극작가들의 작품 집필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리스 시대, 배우 개개인의 연기적 역량이 중요해진 르네상스 시대, 이후 다양한 극작품들을 토대로 세기의 공연작품들을 탄생시킨 19~20세기의 연출가의 시대, 자본력이 곧 예술의 척도가 되었던 프로듀서의 시대, 그리고 작품에 있어 무엇보다 관객의 주체성과 관객과의 화합이 요구되는 동시대, 바로 관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전에는 예술에서 작품 자체와 창작자가 그 어떤 요소보다도 중요했다면 동시대 문화예술에서는 작품과 그 작품을 향유하는 관객 사이에, 그 작품을 창조한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그 순간들 사이에, 그리고 작품과 어우러지는 관객과 관객 사이에 작품의 의미가 담겨지게 되었다. 이처럼 동시대 문화예술에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성을 지니기 시작하면서 문화예술계의 전반적인 컨셉과 방향성이 달라진 것이다. 예술작품에 대한 관객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고 관객의 감상은 미완성의 작품을 완성하는 매개가 되었다.
이에 더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급진적인 발전은 예술작품에 관한 자기 생각과 감상을 가감 없이 공유하게 되는 하나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특히 MZ세대들 가운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소위 예술의 ‘자발적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예술작품에 관한 생각과 감상은 해시태그로 확장되고 그들에 의해 다양한 색깔이 덧입혀져 새로운 예술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해당 예술작품의 작가나 작품의 주최 측에서 요청하거나 부탁한 것이 아닌 관객이 자발적으로 행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결국, 이렇게 관객에 의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하나의 예술적 과정과 감상법을 통해 과거에 대비하여 동시대의 관객성이 얼마나 확장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포스팅 하나로 관객이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거나 해당 작품의 예술적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
필자는 동시대의 관객성 확장과 같은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예술의 유구한 역사를 통틀어 가장 바람직하고 값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예술은 이제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진일보했으며 예술가와 작품,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동등해진 관계는 우리의 일상을 더없이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박성연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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