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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인연으로 뜻깊어진 배창호 감독의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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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인연으로 뜻깊어진 배창호 감독의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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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지난주 목요일, 필자의 소속 학과에 출강하는 안재석 교수로부터 최근 출간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제목은 ‘배창호의 영화의 길’이었다. 책 속에는 1980~90년대를 풍미한 배창호 감독의 인생 여정이 작품 활동에 따라 크게 다섯 시기로 나뉜 채 안재석 교수와의 대담 형식을 통해 서술돼 있었다. 안재석 교수는 21년 전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한 이후 배창호 감독과 줄곧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책의 내용도 그러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둘러싼 일화가 더욱 흥미로웠다.

다음 날, 학과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각자의 주말 일정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김용찬 교수로부터 이틀 뒤 가족들과 함께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 갈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김용찬 교수와는 서로 옆 연구실을 쓰는 사이라 그가 영화 ‘흑수선’(2001년)에서 조감독 일을 하며 맺게 된 배창호 감독과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 있었지만 일부러 휴일에 맞춰 가족들을 대동하고 세종에서 서울까지 간다는 말이 다소 놀랍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지난 며칠간 인터넷 공간을 장식한 ‘배창호 감독 특별전’ 관련 기사들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배창호 감독의 데뷔 4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특별전 기간인 2주 동안 전국 5곳의 CGV에서 그의 대표작 7편이 상영되고 있는데, 더불어 마련된 부대 행사를 통해 해당 영화에 주연을 맡았던 과거 은막의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더욱 이끌게 된 듯 보였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배우 안성기씨가 지난 15일 거행된 개막식 무대 인사 및 17일에 진행된 ‘깊고 푸른 밤’(1985년)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한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가 1년 넘게 혈액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그의 쾌유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름 앞에 ‘국민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안성기씨는 1980년대부터 수십년간 영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때문에, 그가 출연한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자란 필자에게도 그의 투병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본인의 말대로 건강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니 공식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곧 다음과 같은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왜 하필 배창호 감독 특별전을 통해서였을까?’

그 이름을 빼놓고 한국 영화를 논하기 힘들 정도로 1980년대 배창호 감독의 존재성이 매우 컸음은 부정할 수 없겠으나 1990년대 이후 그 활약상이 현저히 미미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데뷔 40주년을 맞이해 특별전이 열리게 됐고 이를 통해 안성기씨를 비롯해 김희라 김보연 최불암 황신혜씨 등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들이 다시금 스크린 앞에서 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감독이 움직이니 배우들도 따라 움직이게 된 셈이다.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평론가와 감독, 기자들이 행사를 통해 배창호 감독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안재석 교수나 김용찬 교수의 경우처럼 배창호 감독과 사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객석을 채우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배창호 감독 영화들을 재차 들여다보니, 그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인연·因緣)가 자리하는 듯 보인다. 뜻깊은 인연이 매개될 때 작품이 더욱 빛날 수 있음을 배창호 감독 특별전을 통해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함충범 한국영상대 영화영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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