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공연 콘텐츠의 새로운 광장

image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

모든 새로운 콘텐츠는 시대의 반영이고 시대의 해결책이다.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모색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면서 다양하고 낯선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연 시장만 보더라도 온택트 공연, 랜선 공연, 온라인 공연 등 공연 온라인 스트리밍서비스에 대한 신조어도 다양하게 생겨났다. 물론 공연 영상화는 해외에서는 공연 콘텐츠의 부가 가치 수단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존재했고 대안 콘텐츠라는 공연 기반 새로운 콘텐츠 모델로 자리매김한 개념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연장이 유일한 플랫폼인 현존성을 공연의 절대적인 가치로 몰두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3년 간 한국의 공연 시장은 공연장을 벗어난 새로운 공연 플랫폼 개발과 유료 콘텐츠로의 모색에 발 빠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 급변에 시시각각 대응하고 적응하고 심지어 즐기는 관객들을 향하려면 필연적인 생존책이었다.

관객들은 이미 동영상 기기, 게임콘솔, 스마트패드, 모바일 기기 등 콘텐츠를 접할 새로운 플랫폼을 일상 속에서 끝없이 만나고 있기에 공연 생태계는 자연히 '공연의 미래는?'이라는 암울한 화두에 직면한 것이다. 자연히 '온라인 플랫폼들이 공연의 대체재가 될 수 있나?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많다.

그래서 지난 3년 간 코로나의 태풍 속에서 공연 취소를 반복하며 살아 온 공연 종사자로서 공연의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인식과 모색은 내게도 심각한 본질적인 명제였다. 그 사이에 많은 공연 종사자들이 공연 시장을 떠났고 여전히 공연은 관객과 대면하는 현장예술로서만 가능하다고 확신하기도 한다. 또, 공연 플랫폼의 변화는 관련 법제, 시스템, 전문 인력의 필요성 등 새로운 과제들이 뒤따른다.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서울예술단이 최근에 ‘웹뮤지컬 공모전’을 꾸준히 개최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뮤지컬 커뮤니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공연의 미래를 향한 암중모색일 수 있다. 그런데 서울예술단의 레퍼토리인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메타버스 뮤지컬’ 콘텐츠로 개발한 최근 작업에서 공연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나침반을 발견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공연 이벤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한 온라인 행사였는데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중 한 장면을 모션 캡쳐와 볼류매트릭 촬영 기술로 프로그래밍해 유저들이 클릭을 하면 자신의 아바타가 그 장면의 안무를 직접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특히 주목 받았다. 배우들이 긴 시간 연습하며 익힌 노래와 춤을 클릭만으로 똑같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무대 의상을 다양하게 응용해 착용한 100명에 가까운 아바타들이 뮤지컬 속 한 장면을 배우들과 동일한 군무로 구현하는 모습은 낯선 장관이었는데 그 생경한 볼거리에서 공연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이다. 공연장에서는 객석과 무대가 분리돼 있고 배우들의 일방적인 전달을 관객들은 바라보지만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새롭게 개발될 공연 콘텐츠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단절도 없이 관객과 배우가 실시간으로 창조적인 소통을 하며 관객이 상상하는 대로 스스로를 공연 속의 인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낳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은 특히 공연 종사자들에게 관객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자극제일 수 있다. 공연장이 유일한 생존의 장이었지만 새로운 각도로 눈을 뜬다면 온라인 플랫폼은 예술가와 관객이 경계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연의 새로운 광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서울예술대학교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