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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4. 동두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정치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022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4. 동두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전쟁의 깊은 상처 뚫고 평화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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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은 4만㎡부지에 지상 4층 규모로 지난 2002년 개관한 박물관으로 6.25전쟁 참전 22개국 유엔군의 활약상과 유물이 전시돼 있다. 김시범기자

경기의 소금강으로 알려진 소요산 기슭에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특별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21개국 군인들의 활약과 희생을 기념하는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이다. 2002년 5월20일에 문을 열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연속 전국공립박물관 우수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동두천시는 왜 소요산 자락에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을 설립했을까? 동두천시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에 미군 제7사단이 주둔하면서 군사도시로 성장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전쟁의 참화와 분단의 상처가 크기 때문에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박물관에 담겨 있다. 국군과 유엔군, 민간인을 치료하던 야전병원도 박물관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박물관으로 연결된 도로의 이름도 “평화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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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수호평화박물관 실내에 설치된 6.25전쟁 당시 대형 사진들. 김시범기자

자유를 지킨 세계 젊은이들의 ‘고귀한 희생’

소요산 등산로 옆에 “자유수호평호박물관 소장 한국전쟁피난민 태극기 경기도 등록문화재 1호 선정”이라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있다. 녹음이 무성한 가로수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대리석으로 외벽을 마감한 장중한 건물이 나타난다. 반달 모양의 본관 주변으로 6.25 때 우리를 도운 유엔 21개 참전국의 국기들이 펄럭이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 만난 ‘우리의 소원’ 노래비는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한국인의 시대적 사명을 일깨워준다.

박물관 출입구에 가마니를 실은 달구지가 놓여 있다. ‘6.25전쟁 당시 수송수단’이란 설명문이 없으면 어린이나 청년들은 달구지를 출입구에 전시한 까닭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3년 동안 이어진 전쟁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의 빈약한 자원과 기반시설까지 모조리 파괴했다. 그런데 불과 7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은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전시실에서 만나는 전쟁 유물들은 ‘코리아’란 나라 이름조차 몰랐던 세계의 젊은이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흘린 땀과 눈물, 목숨 덕분에 이룩한 것이란 사실을 말없이 일깨워준다. 유엔 21개국의 국기와 참전일자, 병력, 역할을 알려주는 세계지도를 바라본다. 이름이 생소한 나라도 있다! 1층 로비에서 흑백사진으로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과 마주한다. 전쟁의 발발, 피난민의 행렬,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맺어진 휴전협정까지 한국전쟁의 순간을 기록한 흑백사진은 우리민족에게 드리운 아픔과 상처를 가감 없이 전달해준다. 비록 사진이지만, 부모를 잃고 굶주린 전쟁고아의 주름살 가득한 이마와 퀭한 눈빛을 오랫동안 마주 보기란 힘들다. 터키군 장교복과 탄띠와 수통, 의료지원병을 파병한 노르웨이 의료진의 활동상을 담은 누렇게 변색된 사진첩도 전쟁의 참상과 유엔군의 활약을 증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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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군복, 장비, 무기 등이 전시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실내전시장. 김시범기자

21개국 군인들 ‘풍전등화’ 대한민국을 찾다

이광욱 학예사는 동두천시에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을 세운 까닭을 다시 들려준다. “아시다시피 전후 세대들은 6.25전쟁의 참상과 아픔에 무관심합니다. 역사적 교훈이 될 한국전쟁과 관련한 자료들이 많지도 않는데 이 소중한 자료들이 점점 소실되고 있었습니다. 20년 전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동두천시민들이 6.25전쟁의 참상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국군과 유엔군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전 세계에 널리 알려 민족상잔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박물관을 건립한 것이지요.” 박물관은 4만㎡의 부지에 3천747㎡의 야외전시장과 지상 4층 3천331㎡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로비에 기획전시실과 도서자료실이 있다. 성인 관람객들도 전투기를 조정하는 비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해방부터 6.25전쟁 후까지 시대적 사실을 12개의 도자기로 표현한 작품 앞에 선다. 전쟁으로부터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완전무장을 한 국군장병의 힘찬 몸짓과 세계 평화를 표현한 부조도 눈길을 끈다.

철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도운 21개의 나라를 소개한 1층 전시실은 박물관이 가장 정성을 기울인 공간이다. 전쟁이 발발한 지 이틀이 지난 6월 27일, 미국 대통령 트루먼이 미국의 해군과 공군에게 한국군을 지원하도록 명령한다. 28일에는 일본 도쿄에 있던 미 극동군 사령관 맥아더가 내한하여 전선을 시찰하고 미 국방성에 지상군 파견을 요청하고, 7월 7일에 유엔군 총사령관에 맥아더가 임명되고 한국에 파견된 16개 나라의 유엔군을 지휘하게 된다.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도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각서를 썼다. 21개 나라를 소개한 공간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모형, 주요한 장비, 참전개요와 참전 규모, 주요 전투까지 참전국의 역할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유물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1945년 10월24일에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출범한 UN은 한국전쟁 때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한 나라는 미국, 영국, 캐나다, 콜럼비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남아공화국,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그리스, 룩셈베르그, 네덜란드, 터키까지 16개국이다. 참전한 군인, 혹은 유가족들이 기증한 유품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5개 나라는 의료를 지원했다. 6.25 당시에 유엔군이 사용한 다양한 무기들을 살펴보는 시간도 특별하다. 나팔처럼 보이는 다양한 화염방사기도 처음 보는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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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전시장에 전시된T-33A 항공기. 김시범기자

의술로 ‘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다

노르웨이적십자가 편성한 83명으로 구성된 이동외과병원을 통해 동두천에서 7월 19일부터 천막으로 된 임시건물에서 진료 임무를 시작한다. 민간인을 위한 외래환자진료소도 운영하였다. 덴마크는 최신 의료시설과 의약품 그리고 탁원한 의료진을 갖춘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를 파견하였다. 스웨덴, 1947년 8월에 신생 독립국으로 출발한 인도도 의료부대를 파견하여 야전병원을 운영하며 부상자를 치료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의료지원부대를 파견한 이탈리아는 참전국 중 유일한 유엔 비회원국이며, 가장 마지막에 파견한 국가이다.

‘이호왕기념관’은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의 외연을 넓혀주는 공간이다. 이호왕 박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의학자이자 미생물학자이다. 1973년부터 고려의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장과 WHO 유행성출혈열연구협력센터 소장, 한탄생명과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박사는 동두천 송내동에 연구실을 두고 1976년 한국형출혈열의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고, 1980년 서울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9년 제6회 서재필의학상을 수상했다.

야외 전시장은 6.25전쟁부터 최근까지 군에서 사용하던 비행기및 탱크등 총15점의 대형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5인치 2연장 함포, 3인치 단연장 함포, 40밀리 2연장 함포, 105밀리 곡사포, T-33A 제트기, M48A2C 전차, 8인치 곡사포, M577 지휘용 장갑차, T33A항공기, 해병대가 사용한 LVT 수륙용 장갑차도 만날 수 있다. 특수무기보다도 더욱 특별한 것은 노르웨이군의 참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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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터 체험존. 김시범기자

분단을 넘어 평화통일로… 진정한 자유

동족끼리 벌인 한국전쟁으로 입은 남북한의 인명 손실은 무려 520만에 이른다. 전쟁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민간인의 사망과 부상, 1천만에 달하는 이산가족의 아픔도 빼 놓을 수 없다.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평생을 전쟁 속에서 보낸 본관과 같은 군인에게조차 이러한 비참함은 처음이어서 무수한 시체를 보았을 때 구토하고 말았다.”고 고백한다. 여전히 심각한 것은 민족 내부의 불신과 증오심이다. 전쟁의 상처를 한국인만큼 깊게 간직한 민족이 달리 있을까? 자유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날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노래할 수 있으리라.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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