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자연 뽐내던 명성 쇠퇴, 조업도 포기… 생태계까지 파괴 해변 곳곳 중국산 페트병 수백개...철제가스통·과자 포장지 등 쌓여 인천시 “지역별 문제해결 대책 마련”
“서해 5도의 자갈과 모래가 아름답던 백사장은 이제 죽었어요. 그냥 중국산 쓰레기장이에요.”
26일 오전 10시께 인천 옹진군 대청도 광난두 해변. 중국어가 쓰여진 페트병 수백개가 해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한쪽에는 녹슬어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대형 드럼통과 부탄가스통 수십개도 바람에 굴러다닌다. 페인트통과 슬리퍼도 한가득이다. 모두 중국어나 중국 업체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해변 안쪽 숲 앞은 더욱 상태가 심각하다. 쓰레기가 가득 담긴 대형 포대자루 30여개와 스티로폼, 밧줄, 그물 등 어구들이 잔뜩 쌓여 있다. 과거 파도가 크고 작은 자갈을 훑으면서 나던 맑은 소리까지 더해져 서해 5도에서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페트병과 플라스틱 바가지 등 가벼운 쓰레기 일부는 바람에 쓸려 인근 서풍받이 갈대원까지 굴러간다. 이곳은 국가지질공원이자 트레킹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민 A씨는 “광난두 해변은 원래 자갈 해변과 기암괴석의 절벽이 어우러진 대청도의 보물”이라며 “몇년전부터는 중국에서 온 쓰레기로 가득해져 관광객이 찾지도 않는다”고 했다.
고운 모래가 인상적인 대청도 모래울해변 백사장도 마찬가지. 총 1㎞에 걸쳐 철제 가스통, 과자 포장지 등 중국 쓰레기 수백개가 나뒹굴고 해변 안쪽엔 이 쓰레기를 모아둔 대형 포대자루 20여개가 쌓여 있다.
앞서 지난 25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도 앞바다는 한강 하구에서 내려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 내린 집중 호우로 인해 강화도 볼음도 북·남쪽 해변에는 한강에서 떠내려온 비닐, 플라스틱 상자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떠다닌다. 어민 B씨는 “수년째 한강 하구 쓰레기로 인해 조업을 못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장마철이 지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이 쓰레기들이 해안으로 쓸려내려가면 환경파괴는 물론 관광객도 줄어들어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인천의 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서해 5도를 비롯해 한강 하구에 있는 강화도 인근 등 인천의 해양쓰레기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옹진군이 서해 5도 등 섬지역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지난 2018년 1천67t, 2019년 1천167t, 2020년 1천851t, 지난해 2천255t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한강 하구를 통해 강화 앞바다 등으로 몰려오는 해양쓰레기는 2만6천여t에 달한다. 수거하지 못해 계속 쌓인 침적쓰레기는 9만7천t에 육박한다.
시 관계자는 “서해 5도에 중국 쓰레기 등이 계속 흘러들어와 해안가에 쌓이는 것은 물론 바닷속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다”며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별 대책을 세워 추진 중”이라고 했다.
중국발 해양쓰레기 사각지대 손길 안닿는 구석구석 쓰레기... ‘천혜의 섬’ 병든다
인천 옹진군 대청도 등 서해 5도에 중국에서 몰려온 해양쓰레기 처리가 시급하다. 해양쓰레기 정화 활동 대부분이 접근이 쉬운 해수욕장에 몰려 있을 뿐, 나머지 해변은 주기적인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여만 가고 있어서다.
26일 인천시와 옹진군 등에 따르면 군은 현재 공식적으로 백령·대청·연평 등 서해 5도를 포함한 7개면에서 공공근로자 500명을 통해 1주일에 3번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치워지는 해양쓰레기는 전체 수거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마다 2천여t의 해양쓰레기 수거량 중 공공근로자를 통한 수거량은 800여t에 그친다. 게다가 수거 활동은 3~12월에만 하고 있어 1~2월은 아예 해양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나머지 해양쓰레기는 환경·시민단체 등이 외부에서 섬에 들어와 봉사활동으로 치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로 이들의 해양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이 줄다보니, 섬 해변의 쓰레기는 계속 쌓여만가고 있다. 현재 대청도에서만 광난두 해변, 모래울 해변, 답동 해변, 농여 해변 등에는 수백 t의 해양 쓰레기가 쌓여 방치 중이다.
특히 공공근로자들의 수거 활동은 광난두 해변과 같이 접근이 어려운 해변이나 절벽 인근은 아예 손이 닿지 않고 있다. 공공근로자 대부분이 인근 주민들인데, 고령자이다 보니 이 곳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군은 해양환경정화선 등을 통해 접근이 어려운 곳의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아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그친다. 군 관계자는 “정화선 등을 통해 해마다 1~2번 정도 집중적으로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군이 주민을 동원한 공공근로자의 수거 활동이나 환경·시민단체의 봉사활동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공공근로자의 손이 닿지 않는 해변이나 절벽 등은 아예 전담인력을 꾸려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청도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 관계자는 “접근이 어려운 해변은 공공근로자가 아닌 2인1조의 젊은 인력을 꾸려 매일 수거 작업을 하도록 군 등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중국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자칫 백령·대청의 국가지질공원 등 관광 자원까지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매년 섬 해변에 쌓인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려 수거 사업을 확대해 추진하겠다”며 “효율적인 수거가 이뤄지도록 다양한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 대책마련 분주 인력·장비 대거 투입 ‘해양쓰레기와 전쟁’
인천시가 매년 수천t씩 쌓이는 해양쓰레기 처리에 행정력을 모은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수거 사업 확대 등을 할 계획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옹진군과 함께 75억원을 들여 서해 5도 등 섬 지역의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해양환경정화선(100t급)을 건조한다. 시는 이를 통해 무인도 92곳과 함께 접근이 어려운 해변 및 유인도 23곳 등 4천980㎢ 해상에 걸쳐 해양쓰레기를 치울 예정이다.
특히 시는 해양쓰레기 발생지 인근의 집하장 설치 확대를 통해 해양쓰레기와 쓰레기가 담긴 수십개의 포대자루를 수거한다. 시는 현재 24곳인 서해 5도 등의 집하장을 2025년까지 56곳으로 늘린다. 지역별로는 옹진군 27곳, 강화군 17곳, 중구 9곳 등이다.
또 시는 현재 36명인 해양 쓰레기 전문 수거 인력인 ‘바다환경지킴이’를 2025년까지 60명으로 확대해 상시 전담 수거체계를 꾸릴 계획이다. 바다환경지킴이 인력의 해양 쓰레기 수거 전문성과 책임감 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 제도개선과 예산 지원 등도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2025년까지 섬지역에서 해양 쓰레기를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 소각시설 5곳을 건립한다.
또 폐스티로폼의 부피를 줄이는 감용기 4개와 어구 전처리 시설 4곳 등을 섬지역에 설치해 폐어구 등 해양 쓰레기를 자체 처리한다.
이 밖에 시는 한강 하구에서 떠내려오는 부유 쓰레기를 막기 위해 2025년까지 한강 하구에 하천 쓰레기 차단시설 5개를 짓는다. 또 한강 하구 인근의 도로, 해수욕장 등에서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및 계도 강화에도 나선다. 서울, 경기 등과도 관련 협약을 해 인천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인다. 이를 위해 시는 오는 2025년까지 모두 1천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시 관계자는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만큼 관련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과 관광 자원 보존 등을 위해 계획대로 사업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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