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그린시티와 인접한 화성 송산면 일대에서 불법 성토 후 벼를 심어 놓는 ‘수상한 농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 일대. 송산그린시티 남측지구 가장자리를 따라 좁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논은 땅으로부터 약 1.8m 이상 올라가 있어 마치 토성을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성인 남성 눈높이에선 벼의 뿌리는 보이지 않았고, 이 일대 약 2만2천㎡(6천평)에 달하는 구역에선 ‘높은 벼 농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심어져 있던 벼 사이에는 군데군데 잡초들이 무성한 상태였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2m 이상 성토(흙을 쌓아 올림)를 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화성시의 경우 ‘화성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1m 이상 성토 때엔 시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해당 구역 일대는 화성시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말 현장 조사를 나간 화성시는 법규에 어긋난 성토 높이, 배수시설 미비 등을 적발해 토지주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지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구역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이른바 ‘아래 쪽’에 위치한 농민들은 ‘높은 논’에서 다량으로 유출되는 토사로 인해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선 말다툼 등 분쟁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A씨는 “이 지역에 외지인이 많이 들어온 뒤부터 논을 성토하는 횟수가 잦아졌는데, 이 지역 말고도 성토한 곳들이 곳곳에서 자주 보인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올해 안으로 진행될 송산그린시티 분양 시기에 맞춰 토지주들이 지가 상승을 노리고 땅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토지주들의 거주지는 대부분 화성이 아닌 서울, 의왕 등 외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벼 농사는 일반적으로 낮은 지대에서 이뤄지는 게 물을 가두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력이 약해 성토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근 논들과 달리 왜 이 지역만 유독 성토가 이뤄졌는지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
실제로 이 지역 공시지가는 지난 2003년 12월 시화지구를 관광·레저·생태 등이 조화를 이루는 신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상승했다. 올 1월 기준 3.3㎡(1평)당 공시지가는 약 25만원이었는데,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 실 거래가는 약 100만원으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시 관계자는 “토지주들이 현재는 작물을 심어놓은 상태라 9월 추수 이후로 원상복구명령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며 “시에서도 현실적으로 당장 원상복구가 진행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고 추수 이후 원상복구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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