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번의 헌혈을 선물한 시흥시 금모래초등학교 장준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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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그건 바로 헌혈이 아닐까? ‘헌혈왕’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시흥시 금모래초등학교 장준호 교사(48)는 어느덧 166번의 따뜻한 선물을 세상에 선사했다.

2주에 한 번 부천헌혈의집에서는 장 교사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시흥에 거주하지만 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헌혈센터인 부천헌혈의집을 주기적으로 찾은 지 수십년.

사랑 나눔을 넘어 생명 나눔에 앞장서려는 그의 열정은 주저 없이 왼쪽 소매를 걷어 올리게 했다.

대학교 신입생이 된 스무살 때인 1994년, 시흥 집에서 춘천교대를 오가며 우연히 시작한 헌혈은 꼬박 30년 가까이 생명을 나누는 따뜻한 습관이 됐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100회 이상 헌혈한 사람들을 기재한 곳)에는 그의 이름이 당당히 올라와 있다.

그는 “첫 헌혈 때가 기억난다. 청량리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기차 시간이 남아서 여유가 있었는데 마침 광장에 있던 헌혈차를 보고 무심코 들어갔다”며 “그런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 후 헌혈차에 올라서는 발걸음이 점점 즐거워졌다”고 전했다.

보통 전혈은 두 달에 한 번, 성분헌혈(혈장 및 혈소판 헌혈)은 2주에 한 번씩 가능한데 주기적으로 날짜를 체크하면서 많게는 연 20회까지 헌혈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그는 헌혈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지난해 삶의 터전인 시흥시와 모교인 춘천교대가 있는 춘천시에 헌혈증 50장을 기증했다.

그는 시흥 집에서 춘천까지 무려 130㎞의 거리를 1박2일간 도보 행진을 벌여 헌혈증을 전달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그저 더 많은 사람에게 헌혈을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외에도 투병 중인 동료 교사 가족의 치료를 돕거나 소아암 어린이 및 혈액이 급한 이웃에 헌혈증을 전하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물론, 생명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대의 젊은 헌혈자가 많이 줄다 보니 혈액 부족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그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점차 상황이 개선될 거라 믿는 그는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소리 없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또 동료들이 ‘기프트카 레드카펫(찾아가는 헌혈 서비스)’을 통해 헌혈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낸 그는 남을 돕는 일이 결코 거창하거나 큰일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헌혈로 마음이 행복해지는 경험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길 바란다”고 강조한 장 교사는 헌혈 횟수 300회를 채우는 목표와 더불어 건강이 허락된다면 헌혈이 가능한 연령까지 생명 나눔을 지속할 생각이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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