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갯벌과 ‘동고동락’...어민들 생활상 ‘보물창고’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2006년 3월에 개관한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2010년 1월부터 안산도시공사(사장 서영삼)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대지면적 7천500㎡, 연면적 2천569.46㎡의 지상 2층의 건물에 안산의 역사와 생태환경, 어업문화, 어촌의 민속을 주제로 한 3개의 상설전시실과 어린이상설체험전시실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대형 수족관 두 개가 눈에 띈다. 참돔을 비롯한 서해의 대표 물고기들과 등 쪽에 약 열줄 정도의 진한 갈색의 띠를 두른 커다란 까치상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로비에 위치한 ‘내가 그리는 3D 수족관’은 증강현실 컬러링 미디어 아트를 이용한 체험형 전시다. 어촌민속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물고기 도안을 색칠하면, 곧바로 3D 홀로그램과 가상 수족관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만나 볼 수 있다. ‘3D 갯벌친구들’과 ‘3D 수족관’이 있다. 갯벌 친구들부터 만나본다. 크레용과 탄도항 갯벌에 사는 게와 물새 그림이 놓여있다. 게 그림을 골라 크레용으로 색칠하여 스캐너에 밀어 넣으니 대형 스크린에 방금 색칠한 게가 나타나 엉금엉금 기어 물새들이 노는 갯벌로 들어간다! 지켜보던 관계자가 설명을 덧붙인다.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한 3D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 대부도 갯벌과 서해서 과거를 만나고 미래를 꿈꾸다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의 주제는 ‘갯벌생태계와 서식동물’과 ‘갯바탕과 어로활동’이다.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꼽힌다. 대부도를 둘러싸고 있는 갯벌은 다양한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갯벌은 어민들의 일터이자 놀이터였다. 어민들이 갯벌에서 사용했던 도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조개나 굴을 담는 종태기나 부게는 물론 바닷물이 잘 빠지는 재료로 만들었다.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삽과 호미는 낙지를 잡을 때도 쓰였다. 굴을 따거나 깔 때 사용하는 ‘조새’는 생김새가 아주 독특하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도구에서 어민들의 생활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대부도의 마을마다 갯바탕이 달라서 모래갯벌, 펄갯벌, 혼성갯벌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살고 있는 생물도 다르니 채집도구 또한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다. 소주병을 활용해 만든 ‘홰’는 석유가 사용되니 근대의 유물이다. 해가 진 후 썰물 때 갯벌에서 일할 때 홰를 밝혀 썰물을 따라 빠져나가지 못하고 웅덩이에 걸려 있는 물고기를 잡았다. 어민이라면, 혹은 어촌의 아이들이라면 갯벌에 사는 생물들의 생김새와 습성을 잘 알아야 한다. 갯벌에 난 흔적이나 구멍만 봐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부도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사실을 아는가? 공룡들이 살던 백악기의 대부도는 뭍이었을 테다. 화석으로 만나는 공룡발자국 앞에서 인간의 불안한 미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류는 100년 후를 기약할 수 있을까? 대부도 인근지역의 조개더미인 패총, 해양방어유적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변천 과정을 살펴본다. 대부도가 중국과 교역의 교통요충지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재현한 대부도 가옥에 전시한 다양한 민속유물을 통해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서해안의 신비로운 자연현상인 물때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 안산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만난다. 풍어제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민들의 소망이 담긴 마을축제였다. 어민들이 불렀던 노동요를 들어보면 어민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서해안의 생태환경과 어업문화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상설체험전시실은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교육마당이다.
기획전시 ‘알을 깨다, 공룡을 깨우다’도 흥미롭다. 커튼을 열고 전시실로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대부광산퇴적암층을 모티브로 재현한 미디어 벽화는 머나먼 백악기 시대로 탐험을 이끈다. 대부도를 뛰어다녔던 공룡과 중생대 백악기 지구를 상상하는 공간이다. 전등으로 벽화를 비추면 화석이 생기를 되찾는다. 알록달록한 공룡들이 떼를 지어 노니는 백악기 시대가 펼쳐진다. VR/AR 기술을 융합하여 백악기 시대 공룡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대부도는 중국과 교역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고려시대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대부도에 상인집단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도 앞바다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로서 고려시대 한선이 발굴되었다. 대부도의 부속섬 ‘풍도’와 관련된 ‘풍도해전지도’는 매우 특별한 유물이니 꼭 살펴 볼 일이다. ‘야생화의 천국’으로 알려진 풍도는 섬으로 안산 대부도에 딸린 섬이다. 야생화 군락지 옆으로 청나라 군사가 잠든 곳이라고 전해지는 무덤들이 자리 잡고 있다. 1894년 7월 25일 풍도 앞바다에서 일본의 기습공격으로 풍도해전이 발생하는데 이를 시발점으로 청일전쟁이 벌어진다. 청일전쟁은 중국과 일본의 전쟁으로만 알고 있지만, 전쟁터가 한반도라는 사실과 수많은 조선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잊고 있다. ‘풍도해전지도’는 대부도의 작은 섬 풍도가 우리의 역사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 특별전 ‘어로도구의 재발견’
박물관은 갯벌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에 힘써왔다. 다양한 특별전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도 어민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도의 지질, 곤충, 조류, 염습지를 탐방하는 등 주제별 생태탐험은 시민들의 참여프로그램이다. 예술과의 만남도 꾸준히 벌였다. 매년 대부도 지역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여 현대미술 작가와 콜라보 전시인 기억프로젝트 특별전을 열었다. 대부도의 공룡, 해양, 역사 등 콘텐츠를 주제로 설치미술, 회화 및 조각,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작가의 연출을 통하여 대부도를 기억하는 전시였다. 올해 6번째 전시는 ‘어로도구의 재발견’을 테마로 부지현 작가와 함께 집어등을 활용한 설치미술 특별전이다.
2022년 경기도 지역문화 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인 특별전 ‘어로도구의 재발견’은 기억프로젝트Ⅵ 특별전으로 올 12월까지 진행된다. 고등어, 오징어, 정어리, 전갱이를 잡을 때 사용한 집어등을 활용한 ‘바다의 별_집어등’이다. 배 가까이로 물고기가 모여들도록 밤바다를 밝히던 집어등이 현대미술 작가의 손을 거쳐서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하였다. 작가는 집어등에 푸른빛을 비추어 환상적인 바다의 풍경을 보여주고, 어부들의 삶을 조명한다. 작가의 기억 속에 저장된 집어등은 ‘바다의 별’이다.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에서 어부들이 보낸 세월을 216개의 집어등과 236개 LED를 이용해 바다와 생명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집어등에 집약시켜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자원보존과 녹색환경의 중요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 애들아, 갯벌에서 놀자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갯벌탐방 프로그램인 ‘애들아 갯벌에 가자’는 8월 27일까지, ‘애들아 망둥어 잡으러 가자’는 9월17일부터 10월8일까지 진행된다. 유치원 및 초등학생 포함한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으니 안산도시공사 누리집에서 교육신청 게시판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대부도 탄도항에 자리 잡은 박물관 주변의 자연도 아름답다. 특히 비단실을 만드는 누에를 닮은 ‘누에섬’은 대부도에 부속된 무인도인데,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탄도와 연결된 도로가 나타나 걸어갈 수 있다. 누에섬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의 약속을 들어본다. “대부도의 모습이 한 컷의 인상 깊은 사진처럼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온가족이 대부도를 나들이하여 갯벌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친절하게 안내할 것입니다. 대부도로 오십시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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