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혈세 지원받고 문 걸어 잠근… 무늬만 ‘개방화장실’

도내 1천566곳 중 일부 민간 운영 화장실
휴지·비누 등 15만원 상당 지원 물품 받고
코로나 방역 등 이유 지자체 보고없이 폐쇄
道 “경고·지정 해제 검토, 시민 불편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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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개방화장실 중 일부가 폐쇄돼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안양시 동 안구 한 개방화장실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있다. 윤원규기자

시민 혈세가 투입된 경기도내 일부 개방화장실이 취지와 달리 폐쇄돼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이를 관리해야 할 지자체들은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개방화장실은 총 1천566곳이다.

공중화장실 설치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1·2종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로 사용되는 연면적이 2천㎡ 이상의 건물에 설치된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할 수 있다.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규모 조정은 가능하다.

지난 2010년부터 도내 지자체는 재량에 따라 개방화장실에 휴지, 비누, 쓰레기봉투 등 15만원 상당 이내의 편의물품을 분기마다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을 통해 4억4천만원을 들여 도내 개방화장실 44곳에 대해 남녀 분리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예산 투입이 무색하게도 일부 개방화장실은 개방이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빌딩. 수원특례시 홈페이지에 공시된 개방화장실이나 건물 입구에는 버려진 간판과 건설 쓰레기들이 난잡하게 놓여 있었는데다 문이 굳게 잠겨 있는 등 시민 사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안양시 호계종합시장 인근 건물의 상황도 마찬가지. 해당 건물엔 은행과 병원이 입점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임에도 1층 화장실 문 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예방 조치로 폐쇄하니 협조 부탁한다’는 팻말이 붙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최낙구씨(71·가명)는 “개방화장실이라는 스티커를 보고 부리나케 왔더니 정작 이용할 수 없어 허탈할 뿐”이라며 “다른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9시 군포시 산본로의 한 빌딩의 경우 오후 10시까지 화장실이 열려 있는 것으로 공시됐음에도 영업시간 만료에 따라 건물 자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민간에서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방화장실의 폐쇄 여부를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접근성을 갖춘 개방화장실은 시민 편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지자체가 지원 사업을 하는 만큼 폐쇄 여부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민간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 개방의 필요성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개방 요구를 안 지킬 경우 순차적 경고에 이어 지정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민간 화장실이라 강제성은 없지만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군에 지속적인 관리를 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지자체는 현황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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