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상점서 찬바람 빠져나와...전기소비 최대 3~4배 늘지만 매출 큰 영향 불가피한 선택...道 “에너지 절약 홍보 진행”
상인들 ‘개문냉방’ 영업 여전
올 상반기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경기 지역 가게 곳곳에선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수원역 로데오거리. 수원역 7번 출구에 들어서자 인도 주변의 옷가게·핸드폰 대리점·문구점 등에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NH 농협은행 수원역지점까지 약 370m에 달하는 거리엔 매장 80곳 중 약 21곳이 개문냉방을 한 채 영업 중이었다. 고등학교 여학생 5명은 개문냉방 중인 한 팬시샵의 찬바람을 느낀 뒤 홀린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안양역 일대. 안양 지역 번화가 중 한 곳인 안양일번가에서도 개문냉방 영업은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를 떨쳐버리려는 듯 안양일번가 내 매장 25곳 중 절반 이상의 매장은 시원한 바람을 거리로 뿜어내고 있었다. 박중근씨(75)는 “아무리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전력 낭비가 우려되는데 에어컨을 틀고 문을 열어놓은 가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간 개문냉방은 전력 낭비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 결과 개문냉방을 한 경우에는 문을 닫고 냉방을 하는 경우보다 최대 3~4배 전력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만 해도 전력거래량이 약 26만GWh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개문냉방으로 인한 전력 낭비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전력거래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문냉방이 이 같은 전력 낭비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
하지만 업주들은 개문냉방이 전력 과소비인지 알면서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 광교의 한 대형 쇼핑몰 내 매장 직원 김주희씨(37)는 “문을 열고 안 열고는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이란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영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양에서 안경가게를 운영하는 강민수씨(45) 역시 “코로나19 이후 동네 상권이 많이 죽어 여름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력 낭비인지도 알지만 당장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인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환기가 중요해지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제한 조치가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향후 에너지 절약 관련 홍보 진행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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