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지하철 긴급구호용품 태부족, 시민 화재안전 ‘빨간불’

수원역 유동인구 평균 2만8천명...마스크 등 비치율 0.17% 불과
위급상황 대비 곳곳 설치 주장...철도公 “수량 추가 확보 논의”

17일 오후 수인분당선 미금역 승강장에 위치한 화재용 비상마스크가 유동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소연기자

화재 등 비상상황 시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긴급구호용품이 유동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수인분당선 수원역. 승강장 중앙에 위치한 긴급구호용품 보관함 2개에는 각각 25개씩 화재용 비상마스크와 물을 뿌려 사용하는 손수건이 마련된 상태였지만, 이는 수원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만8천명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무엇보다 보관함 안에는 손수건과 함께 사용돼야 할 비상용수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주아씨(26·여)는 “확실히 화재용 비상마스크 개수가 부족한 것 같다. 만약 출퇴근 시간에 화재가 나면 소수만 살아남으라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오후 미금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승강장 중앙에 위치한 긴급구호용품 보관함 1개에는 비상마스크 60개만 배치돼 있었는데, 미금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 2만6천여명과 비교하면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긴 마찬가지. 또 신분당선 환승 통로 아래 쪽에 있던 긴급보관함은 유리문으로 잠긴 상태였지만, 주변에는 이를 깰 수 있는 망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같이 긴급구호용품은 유동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소방기본법상 화재용 비상마스크나 비상용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역의 경우 하루 평균 2만8천여명이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치율은 약 0.17%인 것으로 나타났고, 일 평균 약 2만6천명의 승객이 오가는 미금역은 비치율이 약 0.23%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이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킨 지하철 화재 사건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하철 내 화재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 같은 긴급구호용품 확충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일 하남풍산역에서도 해당 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열차와 역사 안에 있던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을 위해 비치했다고 보기에는 비상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긴급구호용품 수가 너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량을 더욱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두가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비상마스크 보관함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괄적으로 화재용 비상마스크 등 긴급구호용품을 배치한 바 있는데, 내부적 기준에 준용해 개수와 위치를 선정했다”면서도 “수량 추가 확보 등은 내부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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