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ESG 성과, 기업 외부서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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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지역사회 환경보전 활동, 취약계층 지원활동, 장학이나 자선활동 등 회사 운영과 크게 관련이 없는 외부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면서 자사의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을 홍보하는 회사들이 많다. 또한 적지 않은 비용을 써야지만 ESG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도 많다. ESG 경영을 조직 운영과는 별개의 외부활동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이다.

ESG 성과는 조직이 만들어 내는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최우선 순위다. 조직의 의사결정과 행위로 인해 만들어지는 각종 영향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CSR(사회책임경영)이고, CSR의 성과가 바로 ESG 경영의 성과이다. 영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영향의 수준을 측정하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더욱 확대하고, 부정적인 영향은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영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다.

인권 및 노동과 관련된 예를 들어보자.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등과 같은 임직원 인권 관련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인권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회사 외부의 인권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보다 우선인 것이다. 고충처리 시스템과 고충해결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인권존중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여, 임직원의 인권존중 인식 제고와 인권보호 관행을 확대하는 것, 나아가 임직원이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인권 분야에서 조직이 창출한 ESG 성과이며 외부활동보다 항상 우선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공정한 고용관계를 위해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평가 및 보상제도의 차별적 요소, 불공정 관행 등을 제거했다면, 이것이 바로 조직이 창출한 노동 분야에서의 ESG 성과인 것이다. 큰 비용을 추가로 투자하지 않아도 어떤 기업이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조직 내부의 영향관리 성과가 조직 외부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활동의 성과보다 일반적으로 더 우선하는 ESG 성과이다. 우리 조직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중요한 것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ESG 경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ESG 경영 활동도 조직 경영의 일부이며, 조직 경영은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다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 및 가치사슬 내에서의 영향 관리를 통해 ESG 성과를 창출하면서, 힘(자원)이 남을 때는 외부로 나가도 좋다. 그러나 영향관리라는 CSR의 본래 정신을 생각해 보면 항상 조직 운영과 가치사슬 내 활동이 우선이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ESG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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