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WHO는 두창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됐다고 선언하면서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두창 박멸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에 콩고민주공화국의 열대우림지역에서 거주하던 9살 소년에게서 원숭이두창이 1970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인근지역에 감염이 이어져 가면서 현재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 되었다. 원숭이두창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로 발생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현재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1958년 덴마크의 한 연구실에서 사육하던 필리핀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두창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원숭이두창이라고 불렸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17년부터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2018년과 2019년에 이 지역 여행객을 통해 영국과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환자가 확인됐다. 이 질병은 2022년 5월 6일 영국에서 첫 보고된 이후 미국, 캐나다는 물론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으로 확산되었고 현재 28개국에서 1천285명이 확진됐다. 원숭이두창은 두창과 같은 바이러스과에 속해 있으나 예방접종의 중단으로 두창의 면역력이 거의 없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는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지역내 국가에게 두창은 물론 이와 유사한 원숭이두창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의심사례 발견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조기발견에 집중해 왔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발생 시 24시간 이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격리치료하며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징구하고 있다.
증상은 고열, 몸살, 두통, 부기, 발진 등이다. 발진은 얼굴부터 시작해서 손바닥, 발바닥 등 전신으로 번진다. 수두와 비슷하게 물집과 고름이 생기며 가려움이 느껴질 수 있다. 잠복기는 5~17일이며 감염 후 2~4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에 패혈증이 일어나 사망에 이른다. WHO에 의하면 치사율은 3~6%로 보고 있으나 노약자는 높은 편이다.
두창 백신은 그 특징에 따라 1~4세대로 구분한다. 1세대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송아지, 양 등의 피부나 림프에서 배양해 제조된 백신이고 2세대 백신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무균적으로 세포 배양해 제조한다. 3세대 백신은 세포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해 제조한 개량 백신으로 원숭이두창에 대하여 85%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백신은 미국에서는 진네오스(Jynneos), 유럽에서는 임바넥스(Imvanex)로 불린다. 4세대 백신은 연구 단계이며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안보차원에서 1세대 백신과 국내에서 개발된 2세대 백신을 합쳐 3천500만 명 분을 비축하고 있다. 당면한 원숭이두창의 국내유입방지를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바이러스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며 생존했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에 대하여 내성을 획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유행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로 인류의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 인구의 도시밀집 등 바이러스 서식환경이 유지되는 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계속될 것이다.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우리 모두 환경보전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한현우 대한보건협회 경기중부지회장·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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