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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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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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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세계경제와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요즘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준(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은 경제정책의 목표를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 명시하고 있다. 그만큼 명시적은 아닐지라도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은 이 두 목표와 정반대의 상황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가히 최악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필립스 곡선이 보여주듯,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소득과 수요가 빨리 증가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경기가 나빠지면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은 과거에 발생했고 앞으로도 또 나타날 수 있다. 1970~80년대의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초긴축정책의 결과로 발생했다. 1974년 중동전쟁에 따른 1차 오일쇼크와 1980년 이란 혁명에 뒤이은 2차 오일쇼크에서 비롯된 유가 급등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가져왔고, 이에 미국 등 선진국 금융당국이 뒤늦게 대응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초긴축정책을 펴면서 경기침체가 초래됐다. 2차 오일쇼크 직후에는 미국의 물가상승률도 10%가 넘었고 이 같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인 19.1%(1981년 6월)까지 인상했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1%다.) 그 결과 미국은 실업률이 두자릿수로 높아지는 경기침체를 경험했고 남미에서는 많은 나라들이 외채위기에 빠졌다. 물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이러한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5년의 물가상승률은 25%가 넘었고,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80년에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인 28.7%를 기록했다. 또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국내경제도 침체에 빠졌다. 특히 1980년에는 국내적으로도 그 전해의 10·26에서 5·17, 광주 항쟁을 거쳐 신군부의 집권으로 이어지는 정정 불안이 겹치면서, 개발연대 이후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이 가속화하고, 이에 뒤늦게 대응해 주요국 금융당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는 최근의 상황은 1980년대 초의 세계경제와 적지 않은 유사성을 갖는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의 재연 여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고, 설사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조만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더라도 1980년대 초보다는 그 심도가 상당히 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지난 40년 동안 잊고 살았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억을 다시 상기해야 할 우울한 상황이 온 것은 분명하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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