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의 방향이 잘못 잡히면 스스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잘못된 방향은 대체로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표현으로 드러난다. 이와 같은 의식의 표류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자신에 대한 호기심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얼마 전, 친구들 단톡방에 이런 질문을 날렸다. “지금보다 더 반짝이고 아름답게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역시나 심드렁한 답변들이 돌아왔다. ‘처 자식 잘 먹여서 이만큼 살면 됐지, 뭐!’, ‘이 나이에 무슨 광나는 삶이 따로 있겠어? 그냥 살게나’, ‘자네가 불러주면 내 삶이 더 반질반질해질 것 같네’
거의 키득키득 수준이다. 지난 시절, 꽤나 진보적인 얘깃거리나 나라 걱정으로 날밤 새우기를 너끈하게 했던 친구들이다. 왜 이렇게 됐지?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다른 질문을 올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 진지하게 적어 보게나.
‘하루에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뭐지?’, ‘밥 한끼 먹을 때 숟가락을 몇 차례 들지?’, ‘요즘 몸에서는 어떤 감각이 자주 올라오지? 간지러움이나 찌릿거림 등등’
시치미 뚝 떼고 되물으니 그들도 차츰 진지해졌다. 그런 중에 드디어 어느 한 친구가 이런 답신을 해왔다.
“이거 재밌네. 살면서 한 번도 내가 몇 숟가락 만에 밥 한 그릇을 먹는지, 하루 중에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상상도 해본 적이 없거든. 이것이 성찰이라는 건가?”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니, 뭔가 생소하고 차원이 다른 관심이라고 생각했던가 보다. 하지만 호기심은 이런 것이다. 어린 아이의 엉뚱 멘트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하는 일이다.
이런 질문이 당신의 인생을 반짝이거나 아름답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지는 해봐야 안다. 자신에 대한 호기심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만약 당신이 고요히 머물러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각을 알아차리고자 한다면? 왼쪽 어깨에서는 쿡쿡 쑤심, 머리에서는 간지러움, 오른손바닥에서는 찌릿거림, 등판에서는 찌름, 스물거림, 뜨거움 따위의 육체적 느낌들과 접속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 순간 무엇을 만나고 있는 걸까.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타고 들어와 내 몸 여기저기에서 반짝이는 경험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빛나고 아름다운 삶은 단 한순간도 자신을 떠난 적이 없다.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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