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뒷걸음 친 정부 환경정책, 지역 독자 행보로 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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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시행을 코앞에 두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유예됐다. 환경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을 고려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오는 12월1일로 6개월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자원순환보증금 명목으로 300원을 더 내게 하는 제도다. 컵을 반납하면 그 돈은 돌려받는다. 일회용 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일회용 컵을 덜 쓰게 하겠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대상 매장은 스타벅스 등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가맹점들이다. 전국 3만천여가 해당되는데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10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환경부가 지난 2019년 1회용품 줄이기 로드맵을 내놓았다. 2022년까지 1회용품 35%를 줄이겠다는 포부였다. 그를 위해 올 4월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용기, 포크·수저 등 사용금지 규제 시행, 6월 일회용컵 보증제 시작, 11월엔 매장 내 종이컵, 빨대와 젓는 막대, 우산 비닐 등의 사용금지까지 순차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간 코로나19의 확산과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제도는 캠페인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이 정책은 애초부터 따라야 할 입장에서 반발이 불가피한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해당 매장은 추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용자(소비자)로서는 위생에 대한 불안, 불편함을 들어 썩 반기지 않는다.

이번 환경부의 입장 선회는 또한, 정권교체에 따른 눈치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간담회를 거쳐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지만 국민의힘이 정부에 시행유예를 요구했던 점에서 그렇다.  이미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재시행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유예를 제안하자 환경부가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2년의 시간이 그렇게 부족했을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무책임, 정권 눈치보기,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자원순환을 위한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오점을 남겼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 탓을 하며 우리는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인천시 차원에서도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자원순환도시, 해양도시로서 바다로 무수히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고려하면 독자적인 차원의 대응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후퇴한 정부의 행태와 대비되는 전형을 만들 기회가 될 것이다. 인천시 자원순환 및 해양환경 관련부서에서 발 빠르게 검토하고 추진체계를 만들 일이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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