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당신의 노후는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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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디앤아이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우리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많다. 특히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2026년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는데, ‘100세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초고령 기준에 따르면 우리 마을 400명 중 65세 이상이 100명을 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80세 이상만 30명이 넘는다. 저출산, 독거노인, 노인부양비 등 수치로 사태를 느끼기 전에 현실은 광속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나의 노후를 돌볼 것인가, 아니 가끔씩 옆에라도 있을까? 기대는 금물, 일말의 여지도 갖고 있지 않다. 내 자식들만이 유독 효심이 부족해서가 아닌지 다들 인정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가보면 고인의 대부분은 요양기관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노후의 말기를 요양시설의 ‘백색병동’에 누워 계신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라서 가족도 만나지 못하니, 육체적·정신적·문화적 유배 상태다.

“나의 노후는 어떠할까”.

30년 전, 이전 세대의 삶을 지긋이 기억해본다. 당시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무척 부자처럼(!) 살고 있다. 소유와 소비는 욕구를 쉼 없이 재창조하고, 생산과 소비를 극대화하는 거대한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비용구조의 세상, 그래서 더 많이 벌기 위한 각축전은 도처에서 가치관과 윤리를 허울로 만들기도 한다. 타인의 고통에 마음 내는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불현듯 섬뜩하기도 하다. 이 와중에 직전 세대까지 가족과 자식의 역할이었던 양육과 부양에 대해 뭔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비현실의 자화상이다.

시설에 의탁하는 노후의 방식이 이미 쓰나미처럼 퍼졌기에 대안 마련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러나 돈이 없지도 않고, 심지어 준비할 시간도 남아 있다. ‘지금 내 집, 우리 마을에서 계속 살고 싶다’. 욕심을 더 내어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았던 사람들 곁에서 평온한 죽음’도 맞이하면 좋겠다. 이런 노후를 희망하면 지금의 이웃과 다음 세대에게 대접해야 한다. 악착같이 모았던 부를 쓰지도 못한 채 외로운 삶을 마감할 것인지, 더불어 나누며 인간적인 노후를 준비할 것인지는 지금 ‘나의 몫’이다.

박태원 디앤아이사회적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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