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신드롬’이 일고 있다. 육아·심리 상담 분야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다. TV속의 이야기이지만 남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생활 속 충돌의 숨겨진 이면을 이끌어내고,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진심어린 조언에 시청자들조차 숨죽이고 공감하며 안도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택한 현대의 물질문명과 삶의 방식이 인간을 피폐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자조(自嘲)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오은영 박사의 위로가 누구에게나 절실한 까닭이라 생각한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 범사회적으로 화합과 공존을 위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오 박사와 같은 치유 전문가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많기를 바랄 뿐이다. 생각해 볼 것은 우리에게 피하기 어려운 수많은 병폐들에 대한 해답이 이미 우리에게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경기도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기호철학의 종장인 율곡 이이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선생은 향약을 통해 함께 사는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려 무단히 애쓰셨고 장애인, 고아, 과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선생이 포함된 당시의 재산 분배기를 보면 남녀의 구분 없이, 나이의 구분 없이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선생은 서얼과 서모 등 당시의 약자에 대한 차별적 행태에 대한 개선을 모색하기도 했다.
율곡만이 아니다. 경기도의 각 지에서 선현으로 추앙받는 이들의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하는 교훈을 전한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하는 현시대의 풍조가 아쉽다.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바탕에서 이어진 결과다. 한국 철학의 한 시기를 담당했던 성리학적 사상과 가치를 이어받아 현대의 우리 생각이 만들어졌을 텐데, 경기지방에서 크게 융성했던 성리학의 성과와 유산을 외면하고, 청산해야 될 악습의 시대로만 여기는 냉소적 태도가 안타깝다. 자녀를 교육함에 있어 율곡선생의 ‘은병정사 학규’, 우계 성혼 선생의 ‘서실의’, 남계 박세채 선생의 ‘남계학당 학규’의 일독을 권한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사회교육을 포괄하는 실천적 지침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상이 달라 무용(無用)하다고 혹평할 수도 있지만, 보기 나름이다. 우리 것을 지키고 이어가고자 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헛된 집착이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통해 오늘의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의 전통정신을 다시 연구하는 인문학적 열정이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말은 진부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의 정신 문화적 전통이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우관제 파주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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