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조직 체계·재원·직원 역량 등 재단 운영 전반 안정적...코로나 직격탄 지역 예술인·젊은작가 정착 지원 등
올해 200여개 사업 ‘선택과 집중’ 실효성 높이고...비대면 소통 장점 살려 ‘치유·회복’ 프로그램 가동
지하철 역사 예술작품 설치 등 민·관 협업 활성화...시민 참여 다양한 플랫폼 구축 문화 향유 기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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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담쟁이넝쿨이 우거진 중구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적 예술제를 만들겠습니다.” 이종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67)는 인천이 문화·예술적 정체성도 낮고 문화 인프라도 약한 단점을 극복하려 모든 시민이 함께할 국제적 예술제 개최를 장기적인 과제로 구상하고 있다. 서해 5도 등 섬을 이으며 ‘평화’를 키워드로 하면 많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천을 알려 관광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300만 도시 인천에 걸맞게 국제적 예술제를 만들어 인천시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에 대표이사로 취임, 100여일이 넘도록 문화재단을 이끄는 이 대표이사를 만나 앞으로 인천 문화·예술계의 발전 방안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평화 키워드… 인천 대표 글로벌 예술제 만들 것”

Q 원래 문화재단과 인연이 있었다던데.

A 문화재단은 창립할 때부터 관계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20여년 전 ‘인천시민 문화시민모임’이라는 인천의 문화를 열어가는 시민모임 단체의 활동 등을 하면서 문화재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들었고, 결국 이는 문화재단 창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문화재단 발기인이면서 이사도 했고, 운영위원이나 자문위원 등을 18년 동안 해서 문화재단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재단이 좀 시끄러웠다. 인천시의회 등에서 문화재단을 혁신하라는 요구를 받을 정도였다. 현재는 문화재단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조직 개편 등도 이뤄지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다. 다만 혁신위의 요구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 즉 원활한 유기적인 조직 운영이 아니라 블록화로 되레 조직이 둔화한 부분이 있었다. 취임 전에 전 대표이사와 논의해 추가적인 조직 개편 등도 했다.

간접적으로 관여할 때보다, 취임하고 살펴보니 문화재단이 훨씬 안정적인 조직이라고 느껴진다. 조직 체계나 재원 상황, 직원들의 근무 역량, 진행 중인 사업 등 모두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임기 3년 동안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Q 취임 후 100일이 다 되어가는데.

A 취임하자마자 올해 사업계획을 가장 먼저 살펴봤다. 문화재단 내 14개 부서 중 사업 운영 부분이 12곳이고, 각 부서당 사업을 15개씩 진행해 전체 사업이 200여개 정도다. 올해 수정 보완할 부분과 내년부터는 수많은 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느껴 현재 고민하고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문화재단의 운영 방향은 크게 2가지로 구상하고 있다. 우선 젊은 작가들이 전문 예술 분야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예술은 그 자체가 사회의 하나의 공공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고 시민 삶 질을 높이는 것이면서, 궁극적으로 도시와 국가의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공공적 재원이나 기관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절대 정착하지 못한다. 그동안 예술대학에서 교수직을 하면서 바라보니,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전문 예술인이 되는 것을 70~80%는 포기한다. 이들 모두 재능이 있는 데다, 전문 엘리트 교육도 받은 만큼 이들에 대한 정착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학교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이와 함께 문화재단의 지원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청년문화 지원사업은 청년문화팀이 따로 있어 정부에 20억원을 받았다. 이는 사업 분야보다 더 많은 액수다. 이런 부분은 좀 정비가 필요하겠다고 본다.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굴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예정이다.

Q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코로나19로 매우 힘들었을 텐데.

A 인천의 등록 예술인이 5천600여명 정도 있다. 하지만 등록하지 않은 예술인들이 훨씬 많다. 정보의 접근 등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전체적으로 약 7천~8천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 모두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매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인천시와 함께 지역 예술가들에게 긴급 생계 지원 50만원 지급을 비롯해 미술 활성화 사업인 ‘미술은행’ 등을 구축해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2년 동안 예술인들의 활동이 끊어진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단에서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인천형 예술인 사업에서 2년 동안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이 같은 기본적인 활동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인 지원센터를 통해 예술인들이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여성 예술가들은 출산 양육하면서 단절됐던 예술 활동을 보조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예술가들의 창작공간 작업실 임대료 지원,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코로나19에 대해 ‘치유’라는 키워드를 갖고 문화재단이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

그동안엔 재단 운영도 비대면으로 소통을 많이 했다. 하지만 되레 비대면으로 하니 시간 활용도 효과적이고, 소통도 잘 이뤄진다는 장점도 발견했다. 앞으로 이 같은 비대면 소통에 대한 장점을 살려 지역 예술인들의 회복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시범 도입 등을 했던 영상 등을 통한 소통 및 공연 등을 확대하려 한다. 이는 대면이 어려운 시민들의 문화 단절이라는 틈새를 소통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시민이나 다른 기관·기업과의 협업을 위한 계획은.

A 보통 대표이사라는 자리에 경영전문가나 정치인이 들어오면 경영 및 정무적 역할은 가능하지만, 예술계 지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은 약하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관이기에 단순 운영만 해서는 안 된다. 문화재단의 대표이사는 어떠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인천에 알맞은 사업일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현재 문화재단은 공공기관과 협업하고 있는 곳이 꽤 있다. 인천교통공사와도 인천지하철 역사에 예술작품을 설치하거나, 공연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또 문화재단의 예산 등이 부족하니 후원회 같은 것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문화재단 기금이나 인천시의 예산 지원 등이 부족하지는 않다. 여기에 중앙정부에서 나오는 청년문화팀 관련 예산도 있다.

현재 파라다이스 재단 등 지역 내 기업과도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지원을 중간에 문화재단이 관여하는 것을 문화예술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기업들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 것인데, 문화재단이 자칫 그 지원을 뺏어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중앙정부나 대기업 등에서 각종 후원과 지원을 인천으로 끌고 오는 데 집중하려 한다. 즉 인천의 밖에서 후원금을 인천으로 모아 지원 파이(규모)를 키워야 한다.

특히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 등에 시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등도 해결책 중 하나다.

Q 앞으로 문화재단의 발전 방향은?

A 최근 경상남도 통영에 다녀왔다. 통영은 3년에 1번씩 여는 트리엔날레를 개최한다고 한다. 3년에 80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준비한다고 한다. 또 광주 비엔날레나 부산이나 전주의 영화제 등 도시마다 대표적 국제 예술 행사가 있다.

하지만 300만 인구의 인천은 이 같은 행사가 없다. 인천의 특성을 찾아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예술제를 만들어 인천의 정체성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옹진군 서해 5도 등 섬을 연결하는 인천의 대표 문화예술 행사를 추진하고 싶다. 키워드는 ‘평화’로 잡아 예술제를 격년으로 하는 비엔날레를 만들면 인천만이 가진 특징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다. 당연히 인천의 관광 활성화라는 부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많이 하려 한다. 본부장 단이 인천시의회와 자주 소통하는 것을 비롯해 토론회 등도 자주 열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

문화재단의 구호가 ‘예술과 문화가 생동하는 열린 도시 인천’이다. 멋진 구호다. 그래서 이 구호만 생각하면서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곁눈질하지 않고 일을 해보려는 생각이다.

인천은 아트플랫폼과 근대 문화 등 많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있다. 이는 소중한 인천의 가치이자, 인천시민이 자랑스러워할 공간이다. 아직 덜 드러나 있는데, 이를 극대화하도록 하겠다.

대담=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리=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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