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경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량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한다. 인간의 복잡다단한 묘수를 이겨낼 수 없다고 하던 바둑 승부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의 충격을 우리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감정을 가지지 않는 기계이기에 예술분야 만큼은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AI가 그린 그림과 AI가 작곡한 음악 등이 등장하면서 그것들을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AI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유머라고 한다. 상황마다 다른 맥락과 반전이 있기에 유머감각이야말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하는 특별한 능력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AI의 유머감각과 언어능력의 급격한 향상이 이뤄진다면 썰렁한 사람들을 쉬이 넘어설 수도 있을 일이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1차산업혁명 때에는 트레이닝(training)이 필요했고, 2차산업혁명에는 러닝(learning)이 필요했다. 3차산업혁명에서는 인스파이어링(inspiring),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파이오니어링(pioneering)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교육은 트레이닝과 러닝에 머물러 있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을 따라잡으려고 하거나 혹은 최신 트렌드를 좇아가는 듯 보인다.
물론 IT기술 및 SW·AI·빅데이터 융합교육으로 4차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로 언급될 만큼 매우 중요하다.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인력이나 인프라도 현재 턱없이 부족하다. 답을 잘 찾는 것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설정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진부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살아내는 힘’을 기르는 것의 필요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힘’으로부터 비롯된다. 나와 완전히 다른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힘, 지구반대편에 있는 지구인들과 연대하는 힘, 자연 및 비인간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힘, 기술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기술과 공생할 수 있는 힘, 머리와 손가락뿐만 아니라 두 손과 두 발과 감각을 일깨우는 힘 등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상상력과 창조력과 연결되는 힘이 필요하다.
30년 이상 교육운동가로 살아오신 어느 선생님께, 어떨 때 아이들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시는지 질문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낼 때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신다고 하셨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각자가 힘을 쌓고 강한 사람이 돼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약한 개인들이 서로 연결돼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들로 무장된 사람이 실제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닐까. 이제부터의 교육은 인간 고유의 능력을 찾아가는 여정이 돼야 한다.
김보람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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