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버리고 돈 벌어 가세요!”
29일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명학공원. 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판기처럼 생긴 커다란 기계에 빈 페트병과 캔을 집어넣고 있었다. 마시던 음료수 캔을 버리려고 재활용품 회수기 앞에 서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노출됐다. 이후 ‘빈 용기를 투입구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출력됐고, 캔을 투입하자 10원이 적립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빈 캔과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을 넣으면 각각 10 포인트씩 적립, 2천원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뽑아 쓸 수 있는 구조다. 회수된 재활용품은 장섬유(필라멘트)로 재생산 돼 옷이나 신발, 자동차 부품 등으로 일상생활에 다시 스며들게 된다.
이곳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한 시민 김점숙씨(가명·70·여)는 “회수기가 생기고 나서 주변에 쓰레기가 싹 사라졌다. 환경보호에 동참하면서 돈도 생기고 뿌듯하다”고 호평했다.
재활용품 회수기는 환경보호 인식을 개선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굣길에 친구와 캔음료를 마시던 최민혁군(10)은 까치발을 들고 빈 캔을 회수기에 넣으면서 “쓰레기가 돈으로 바뀌고, 지구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재활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경기도 지자체들이 재활용품 무인회수기를 도입하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시민들의 환경보호 실천을 유도하고, 인식 개선까지 도모한다는 평가다.
이날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관내에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50대를 설치했다. 설치 이후 재활용품 회수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달까지 42t의 재활용품이 수거됐다. 이용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만명을 넘어섰고, 시민들이 적립한 포인트만 2천여만원에 달한다. 환경 개선 등의 부가적인 요인까지 고려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크다는 게 안양시의 설명이다.
원재섭 안양시 자원순환과장은 “많은 시민들이 환경 개선에 동참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관내에 5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에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재활용품 회수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순환가게 등을 운영 중인 성남시는 이달 초 시청 내에서 회수기 1대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시범 운영 등을 거쳐 6월 중 지역에 회수기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동두천시와 이천시 등도 회수기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소비자 등 재활용품의 발생원 단위에서 세부적으로 분리수거를 하게 하고, 이를 현금 회수 등 포인트와 연관시켜 분리수거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수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