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어선 한 척 수리할 곳이 없으니…안산에서 목포까지 다녀옵니다"
7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탄도항. 갓 잡은 주꾸미를 배에서 꺼내 올리는 신평호 선주 최명호씨(60·가명)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최씨의 어선은 건조한 지 10년이 넘어 수리해야 할 일이 잦아졌지만, 선체를 들어 올려 보수할 수 있는 수리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씨는 지난해 수소문 끝에 충남 당진까지 ‘원정 수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2년 전만 해도 시흥 월곶포구 인근 조선소에서 어선 수리가 가능했지만, 지난 2020년 6월 이 조선소가 주민 민원 등 이유로 문을 닫으며 이 같은 ‘수리난'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강화플라스틱 섬유(FRP) 재질로 이뤄진 영세 어선들은 선체 아래 따개비가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년에 2번 도색을 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양환경관리법상 환경오염의 이유로 항구처럼 사방이 트인 곳에서의 도색 작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충남 당진·태안, 멀게는 전남 목포까지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궁평항, 전곡항 등 화성 지역 어민들도 이 같은 ‘원정 수리’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마저도 예약 경쟁이 치열해 제때 수리 받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선주 김종명씨(45·가명)도 지난해 뱃길로 약 300㎞를 달려 전남 목포에서 수리를 맡겼다. 김씨는 “수리시설 하나 없어 탄도항 인근 어민들 모두가 불편을 겪는 만큼 안산시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산과 화성 등 도내 지역 어민들이 인근에 어선 수리소가 없어 수백여㎞에 달하는 ‘원정 수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어선의 경우 제때 수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2차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어선 총 6만5천744척 중 건조한 지 16년 이상인 노후 어선은 3만3천720척(51.2%)으로 집계됐다. 이를 안산시에 등록된 어선 총 225척에 대입하면, 안산 지역엔 약 115척의 어선이 노후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후 어선은 엔진 등 기관 고장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 제때 수리가 이뤄지지 않을 시 전복·좌초 등 2차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산 지역 어민들은 탄도항 인근에 위치한 누에섬에 간이 조선소라도 설치되길 희망하고 있다.
안산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안산 지역 어민들이 탄도항 등에 마땅한 수리소가 없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수리 시설은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공공에서 섣불리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재원·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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