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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우크라이나 사태, 우리 동포들이 전쟁 속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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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우크라이나 사태, 우리 동포들이 전쟁 속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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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 최 빌리안(33)씨가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에서 우크라이나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주현기자

#1. "가족이 남아 있어요" 우크라이나 포화 속으로 떠난 빌리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에 사는 수많은 고려인도 고국에 남은 가족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군 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선 건 지난달 24일. 안산시 상록구에 거주 중인 고려인 최 빌리안(33)은 그날 걸려 온 다급한 전화를 잊을 수 없다.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의 아내는 “폭발소리가 들리고 유리창까지 흔들린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30분께였다.

빌리안은 군 부대의 훈련일 것이라며 아내를 진정시켰지만, 뉴스 속보를 확인한 뒤로 더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그는 공장에서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던 중이었다. 삶의 이유였던 소중한 아내와 어린 아들, 딸이 전쟁의 한복판에 남겨진 것이다.

빌리안은 본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 옛 소련지역에 사는 우리 민족이다. 그는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로 이사하면서 국적을 변경했고, 이후 네 살 연상의 우크라이나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수백㎞ 너머에서 떨고 있을 아들은 올해 열 셋, 딸은 고작 다섯 살의 소녀다.

빌리안은 가족들을 구해줄 기사를 어렵사리 구했지만, 길을 나선 아내와 아이들의 100m 곁에 포탄이 떨어지며 생사를 오가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빌리안은 돈을 들여서라도 다시 기사를 구했고, 전쟁 열흘 만인 이달 5일 가까스로 가족들을 몰도바까지 피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줄곧 어두운 표정이던 빌리안의 낯빛은 가족의 이야기를 할 때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현지에선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모두 같은 민족으로 여기는데,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져 가슴이 아프다”며 “무엇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를 도울 수 없는 이 순간이 가장 두렵고 괴롭다”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취재진과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빌리안은 그날 밤 가족을 구하기 위해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터키에 내려 루마니아로 이동한 뒤 다시 몰도바까지 가는 경로다. 문제는 대사관 시스템이 붕괴된 탓에 여권이 없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려인 동포들을 돕고 있는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빌리안에게 연락 방법을 신신당부했다. 빌리안은 이르면 지난 28일 새벽 터키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몰도바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아직 그에게서 온 연락도 없는 상황이다.

출국을 앞두고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빌리안은 끝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시민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게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전쟁으로 다치거나 상처받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양측 지도자의 대립을 멈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2. '우크라이나 난민 400만 육박' 고려인 동포 위해 정부 나서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난민이 4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치가 나왔다.

해당 지역에 고려인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기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은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0년 넘게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현재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만 약 230만명을 수용했으며 루마니아에서 60만명, 미국 또한 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재외동포법상 한민족인 고려인에 대해서는 입국 자격이 완화돼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적에 대해서는 장기체류자의 가족 등으로 조건을 제한해둔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형제자매와 조부모까지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빌리안(33)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빌리안은 고려인이자 우크라이나 국적이지만, 아내는 동포가 아니라 온전한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특히 두 사람은 재혼 가정인 탓에 아내의 자녀는 빌리안의 가족으로 호적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현지 대사관 시스템이 붕괴돼 여행증명서 발급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움직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지에선 공습으로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챙기지 못한 다수의 피난민이 입국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해 긴급입국허가를 해줄 수 있는데도 까다로운 조건을 계속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0명이며, 빌리안처럼 여러 고려인 동포들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직접 출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 2천351명으로, 경기도에만 918명이 거주한다. 특히 안산시(477명)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현지에선 여권을 만들려고 해도 대사관이 마비돼서 발급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현행 법 체계에서 여행증명서를 신속하게 발급해줄 수 있는 외교부가 전쟁터에 남겨진 동포들을 위해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국길이 열린다 해도 피난길에 오른 동포들은 당장 머물 곳조차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숙소 문제를 비롯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내려 각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지원 방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전 이후 30일까지 200명 정도의 난민들이 입국했다”며 “이들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은 90일 이하로 체류할 수 있는 단기 사증을 발급받았으며, 현지 정세가 안정화 될 때까지 비자 만료 후에도 인도적 특별체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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