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러시아는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금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민간인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유엔 인권사무소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숨진 민간인 수가 7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군은 3주도 안 돼 최소 7천명, 많게는 1만명이 넘는 전사자를 낸 것으로 분석되면서 애초 점쳐지던 완승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강 수준의 군대라고 생각했던 러시아 군대가 의외로 형편없는 전투력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력한 무기는 갖추었지만 군대가 제대로 훈련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의 정신 상태라고 본다.
러시아 군인들이 전투에 대한 불분명한 사명감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 일선 병사 대다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병사는 고향의 가족에게 ‘훈련인 줄 알고 왔는데 내가 왜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까지 죽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면서 말하는 장면도 언론에 보도되었다.
상당수의 군인들이 자신들이 왜 싸워야 하는 지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인은 명령에 따라 전투를 한다. 임무 수행을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총을 겨누고 죽여야 할 때, 특히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일 경우는 명확한 정당성 즉 명분이 필요하다. 지금 러시아 군인은 푸틴이라는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전장으로 갔지만 막상 전투 현장에서는 도대체 우리가 왜 싸우는가? 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강한 전투 의지로 대항하고 있다. 군인 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총을 들고 전투에 임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12명의 자녀를 둔 한 어머니이자 군인인 한 여성이 최전선에서 싸우다 전사했다.
그들은 자신의 자유와 평화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명확한 명분과 대의가 있기에 전투 현장으로 나가 침략자들에 대한 강한 적개심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군인은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분명한 사명 의식을 가질 때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국가를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의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질 때 군인은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기꺼이 싸운다. 그래서 군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분명한 대적관인 것이다.
김진형 숭실대 정보과학대학원 겸임교수, 예)해군제독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