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가 급등, 공급 대란, 미국 연방준비은행 금리인상,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 채권, 외환, 디지털 자산 등에 투자한 사람들이면 밤잠을 설치거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악재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묻는다.
이에 자산시장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필자는 이렇게 답변 드린다. “자산시장은 계속 악재들을 달고 다닐 겁니다.” 사실 유명한 축구, 야구, 골프 등에서 두각을 내는 다수의 유명 운동선수들도 대부분 잔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한다. 자산시장도 마찬가지. 돌이켜보면 악재가 없었던 경우가 별로 없었고, 위기가 아닌 적 또한 별로 없었다. 투자자 입장에선 악재들이 실물 경기와 기업들의 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인가와 이 악재들이 자산 가격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필자는 악재의 강도가 2~3월을 고점으로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충돌은 4월 이후에는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 사회에서 전쟁은 곧 돈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쟁을 지속하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비록 근본적인 해결은 당장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근 같은 전쟁의 포효는 소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남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수 있음을 밝혔다. 다만, 이미 금융시장은 연준이 올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금리인상 결정 이후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앞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이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경우에는 긴축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누적 확진자수가 937만3천646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반대로 신규 확진자수의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가격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며 움직인다. 주식시장은 보통 6개월 후를 내다보며 상승과 하락을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쩌면 1년 뒤의 모습은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은 근본적으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이 누적되면 전 세계 실물 경기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어도, 수많은 자영업자의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짧게 보면 기회는 있다. 상반기까지만 보면, 2월과 3월보다는 악재의 강도는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은 벚꽃이 예년보다 빠른 4월 초에 필 것이라고 한다. 벚꽃과 함께 투자자들도 다소 긴장을 풀 수 있는 계절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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