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청년몰’이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한 사후관리로 조기 폐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수원 영동시장 2층의 28청춘 청년몰. 점포 28곳 중 12곳의 불이 꺼진 청년몰엔 적막만 감돌았다. 매출 부진을 겪던 비누가게가 지난달 입점 1년 만에 폐업을 결정하면서 3곳은 아예 공실이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곳은 초기 2년간 사후관리로 정부 예산 19억원이 투입됐지만, 그 뒤로는 연 2천만원 안팎의 시 예산만 책정되고 있다. 사용처는 인터넷 홍보 등에 그친다.
이날 낮 평택 통복시장 내 청년숲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역시 점포 19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청년숲은 올해 사후관리 예산마저 전무하다. 4년 전 이곳을 떠난 박민지씨(32·가명)는 “사업단 철수 이후로는 체감할 만한 관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컨트롤 타워도 없는데 사장님들끼리 홍보기획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6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청년몰’ 조성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42곳이 조성됐고, 경기도에선 4곳(수원·평택 각 1곳, 안산 2곳)이 자리를 잡았다. 사업 추진 이후 정부와 각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은 500억원을 넘겼지만, 기대 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주된 패착으로는 ‘부실한 사후관리’가 꼽히고 있다.
조성 2년 뒤 정부가 손을 떼고 각 지자체에서 사후관리를 담당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중기부도 이를 인지하고 ‘청년몰 활성화 사업’을 별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12곳에 불과해 70% 이상이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2020년 정부 지원을 받은 청년몰 내 점포 672곳 중 절반에 가까운 283곳(42.1%)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도내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안산 청년몰 2곳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안산시는 청년정책과를 신설, 청년몰 관련 사안을 전담하도록 하고 올해 2억원을 투입한다. 임대료 지원, 전문 매니저 채용 등은 물론 메뉴 개발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의 체계적인 사후관리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컨설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절반이라도 사후관리를 위한 전담 전문가가 배치된다면 청년몰이 성공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에만 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컨설팅 위원회를 구성해 꾸준한 피드백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청년상인들의 경쟁력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청년몰 활성화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등 개선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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