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가맹택시 서비스 ‘카카오T 블루’ 택시기사들이 무차별콜과 손님의 별점 평가에 발목 잡혀 쉴 틈 없는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도로. 손님을 태운 채 목적지로 향하던 택시기사 이강원씨(65·가명)의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콜 배정을 알리는 알림음이 흘러나온다. 손님이 내리고 요금을 입력하자 미리 배정해둔 다음 손님의 목적지가 나온다. 남동구에 있던 이씨가 다음 손님을 태우기 위해 가야하는 곳은 10여분이 떨어진 ‘미추홀구’. 이씨는 마음이 급한 듯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씨는 “잠깐 쉴 틈도 없이 콜이 쏟아지다보니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며 “조금이라도 늦게가면 손님이 평점을 낮게 주고, ‘콜멈춤’ 버튼을 누르려해도 운행 중 이미 받은 콜은 취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께 미추홀구의 한 도로. 택시기사 김성엽씨(72·가명)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음료를 마시는 손님 모습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망설이던 김씨가 승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써 달라고 하자 곧장 승객 표정이 구겨진다. 김씨는 연신 죄송하다고 승객에게 사과한 뒤 룸미러로 승객 눈치를 살핀다.
김씨는 “이유불문하고 승객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평점을 나쁘게 주면 배차를 못받는 등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잘못하지 않았어도 사과부터하고 승객 표정을 살피는 게 일”이라고 했다.
현재 인천지역 내 카카오T 블루 택시기사는 4천100여명이다. 인천에 있는 택시법인 60여곳 중 66%인 40여곳이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이며, 개인택시 기사도 1천500여명에 달한다.
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무작위로 배분하는 콜을 받지 않으려면 콜 알림 문구가 뜬 뒤 3초 안에 ‘콜멈춤’ 버튼을 눌러야하지만, 운전 중 버튼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아예 퇴근 상태로 시스템을 설정한 뒤 휴식하는 실정이지만, 운행 중 다음 승객을 배정받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 블루는 승차 거부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거절은 없고 콜 멈춤 기능을 둔 것”이라며 “콜 멈춤 횟수가 배차나 평점 등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영향을 준다는)인식이 기사들 사이에 퍼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사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를 지속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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