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계속되는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가 유난히도 신경 쓰이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1980∼90년대 경제 급성장 과정에서 성행하던 ‘빨리 빨리’, ‘최저가’, ‘품질기준과 절차 무시’, ‘원칙적 감리 부재’, ‘싼 값에 따른 비규격 자재 사용’ 등 개발도상국형 건설 풍토가 오늘날의 건설 현장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섰지만 10년 전 건설 재해와 비교했을 때 사건·사고 유형, 정부 대책, 기업의 대응, 국민의 시각 등에서 여전히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정부가 수립했던 많은 건설 관련 입찰·심사·하도급·감리·감독·기술기준 등의 법 규정, 그리고 기술·행정적 관리 시스템에 있어 발주처(정부, 민간)와 기업·전문가·기술자·근로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 대응했는지 또한 궁금하다.
지금의 건설업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부담이 가중됐고, 업계를 대상으로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추진으로 인해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늘 그래 왔듯이 사망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법 제도(기준, 규정 등)의 유무를 따지기 바빴고, 급하게 새로운 법을 만들어 왔지만 실무적인 디테일은 매우 취약했다.
강화된 기술 기준, 또 규정이 워낙 많다 보니 기업은 시간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규정에 따른 수행을 주저하고, 강력 시행에 따른 부담과 익숙하지 않은 제도 운영에 따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서 안전 관리는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사람(모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뜻한다. 안전 기준은 각종 시설 및 물질 등의 제작, 유지 관리 과정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적용하여야 할 기술적 기준을 체계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안전 기준에는 ‘노무 안전 기술 기준’과 ‘시설물 안전 기술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건설 산업 사업장 내 사망 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고용노동부)에 의한 현장 근로자 노무 안전 기술기준에 관한 사항과 건설기술진흥법(국토교통부)에 의한 ‘건설공사 목적물(구조물, 시설물)의 품질 향상과 안전 확보를 위한 기술 기준을 동시에 조사해 그 원인을 재발 방지 대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노무 안전, 시설물 안전을 위한 기술 기준이란 국가가 만든 ‘표준적 설계 기준과 공사 기준(표준시방서)’ 등이 해당된다. 기술 기준은 품질 확보의 기본이며, 목적물(구조물, 시설물) 안전 확보의 가이드라인이다.
즉 설계품질·재료품질·시공품질·유지관리 품질 확보를 위한 기술 기준은 구조물 붕괴를 방지하고, 노무안전을 지키는 안전 기준이다. 설계자·시공자·자재 생산자, 감리자는 이러한 안전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노무 안전, 시설물 안전을 위한 통계적·절차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기술 품질관리 조직을 강화하며, 운영 예산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을 통한 안전사고 예방을 기대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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