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토닥토닥]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구수~한 ‘나눔’ 26년째

도내 4천명 주부들 선행 이어와
반찬·김치 만들어 이웃에 전하고
매년 600㎏ 콩으로 쑨 된장 나눔
“어르신들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 김봉선 회장과 회원들이 3일 오전 광명시 가학동 김 회장 자택에서 이웃 어르신 등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시범기자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 김봉선 회장과 회원들이 3일 오전 광명시 가학동 김 회장 자택에서 이웃 어르신 등에게 대접할 음식을 만들고 있다. 김시범기자  

입춘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11시께 광명시 가학동의 한 농촌마을. 명절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듯 마을 어귀부터 고소한 전 내음이 풍겨왔다.

이를 쫓아 발걸음을 옮긴 곳에는 명절 스트레스도 잊은 듯한 5명의 주부가 전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쉴 틈 없는 수다와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주부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동그랑땡과 동태전을 노릇노릇하게 지졌다. 이윽고 전들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한껏 뽐냈다. 여기 모인 주부들은 밑반찬 나눔 등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 회원들이다.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의 시작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농촌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가족과 사회, 농촌과 도시를 잇고자 농업에 종사하는 주부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도내 26개 시·군에 4천600여명의 주부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부들로 구성되다 보니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처럼 화려하진 않다. 손수 만든 장바구니를 나누며 탄소중립 캠페인을 벌이고, 회원들의 유휴 농경지에서 재배한 작물로 밑반찬과 김치를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한다. 일손이 부족한 영농철에는 농촌일손돕기를 자처하는 등 단순히 돈으로는 할 수 없는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활동이 대부분인 탓이다.

이 중에서도 경기도연합회 회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나눔은 장 담그기다. 매년 회원들은 600kg의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담궈 지역 경로당과 노인보호시설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장 담그기를 중단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재개했다. 재래식 된장을 맛 볼 수 없게 됐다는 어르신들의 아쉬움과 탄식이 회원들에게 전해지면서다.

김봉선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장은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누를 끼칠까봐 장 담그기를 중단했는데, 어르신들이 간절히 기다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재개하게 됐다”라며 “된장을 전달할 때면 버선발로 마중나와 찬사를 보내주시는 어르신들을 뵈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연합회는 또 여름 김치 나눔도 전개하고 있다. 김장철이 아닌 여름에 전달되는 열무김치는 홀몸어르신과 소외계층 가정의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으로 꼽힌다.

김봉선 회장은 “이웃을 위한 작은 나눔일 뿐인데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움을 표해 주시는 이웃들을 만날 때마다 오히려 우리 회원들이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정성으로도 이웃에게 온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라며 “지역 사회가 훈훈해질 때까지 농가주부모임 회원들과 나눔 활동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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