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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선과 이데올로기
오피니언 인천시론

[이슈&경제] 선과 이데올로기

이미 우리에겐 너무도 가까이 들려서 식상하기까지 한 이데올로기(Ideologie)의 뜻은 정치, 사회, 종교 등의 단체가 올바르고 따라야 한다며 제시하는 개념을 말한다. 현재에도 자본주의, 사회주의, 정치적 올바름 등의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실상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기계와 같이 우리를 꿈속에 살게 하고 억압하며 통제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대척점에 있는 가르침이 선(禪)이다. 선은 대립과 차별, 판단과 추리, 분별과 언어 등의 마음 작용을 끊고 있는 그대로 대상을 바라보는 상태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선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도 어떠한 믿음도 방향성도 타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은 우리에게 모든 믿음을 지워내 믿음이 없는 상태로 만들려 한다. 왜냐하면 믿음이 있는 곳에는 의심이 있고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믿는 이들은 모두 의심하는 사람들이고 의심하는 이들은 무엇인가를 믿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신을 믿고 무신론자는 신이 없음을 믿는다. 즉 무신론자도 아나키스트도 해체주의자들도 모두 다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믿는 자들이다.

이와 달리 선은 모든 이데올로기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어떠한 믿음이나 의심을 없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돕는다. 그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진실과 본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정치가들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던 병든 사람이라고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폭력적이고 사회를 힘으로 변화시키려 하며 사회 변화를 위해 강제돼야 한다고 믿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이익이 되더라도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폭력적이며 더욱 위험한 점은 이러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설명도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정치가라도 100% 나쁜 정책만을 내거나 나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정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강제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을 잘못된 것이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그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즉 사회는 개념일 뿐이며 현실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개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통계를 보면 현재 한국은 사회 갈등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한 사회라고 한다. 즉 남녀갈등,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 갈등, 빈부갈등 등 모두 최상위에 있었다. 이렇게 보아 지금 한국에서 정말 요구되는 태도는 서로 이데올로기적 잣대로만 타인을 대하기보다는 선의 자세에서 전제 없이 타인의 의견과 사회적 현상을 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화합과 개개인의 삶이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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