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토닥토닥] 토닥이며 사는 부평깡시장 사람들 `어둠속에도 희망은 온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은 인천 부평구 부평깡시장에서 야채가게 김옥자(68)·이정숙씨(75), 양곡가게 최원묵씨(65), 건어물가게 김종범씨(59), 야채가게 김남제(66)·김승호씨(46), 방앗간 김보균씨(63) (왼쪽부터)가 위로와 토닥임으로 호랑이해의 소망을 나누고 있다. 상인들은 팍팍해진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호랑이의 힘찬 기운을 받아 나아지기를 기원했다. 장용준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은 인천 부평구 부평깡시장에서 야채가게 김옥자(68)·이정숙씨(75), 양곡가게 최원묵씨(65), 건어물가게 김종범씨(59), 야채가게 김남제(66)·김승호씨(46), 방앗간 김보균씨(63) (왼쪽부터)가 위로와 토닥임으로 호랑이해의 소망을 나누고 있다. 상인들은 팍팍해진 시장경제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호랑이의 힘찬 기운을 받아 나아지기를 기원했다. 장용준기자

새벽 2시, 멀리서 다가오는 이웃 상인의 모습에 “이리와” 손을 흔들며 따뜻한 장작불 앞자리를 내어준다. 전국 각지에서 밤새 달려온 식재료가 인천 ‘부평깡시장’에 내려진다. 어둠이 내리는 새벽마다 밝아올 희망을 기다리며 이곳의 하루는 시작한다.

경매를 ‘깡 부른다’고 하던 어원에서 시작한 부평깡시장은 1950년,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숱하게 늘어선 노점들이 장사하며 자연스레 형성한 곳이다.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엄마 손을 잡고 왔던 어린아이가 자라 딸의 손을 잡고 다시 찾는 추억의 깡시장. 이곳은 존재 자체만으로 인천시민의 퍽퍽한 삶을 토닥이는 가장 친근한 터전이다.

“형님, 이리와.”

“언니, 밥 먹었어?”

점심시간이면 점포를 임대해 장사하는 상인과 그 앞에 자리한 노점 상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함께 식사한다. 싸온 반찬을 서로 나누며, 온정으로 고된 시간을 위로한다. 김남제 상인회장(68)은 “다 같은 상인인데, 노점이면 어떻고 점포면 어떻나”라며 “먹을 거 있으면 나누고, 서로 토닥이며 함께 가는거다”라고 했다.

3년 전 이곳에 온 한과가게 강정옥씨(62)는 상인들의 이런 토닥임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다. 혼자 자영업을 할 때는 느끼지 못한 온기를 이곳에서 느낀다. 그는 “노점이며 옆 가게며 모두 다같이 모여 밥도 먹고, 힘들땐 서로 술잔도 기울이며 위로한다”며 활짝 웃어보인다.

부평깡시장 180여개의 점포 상인들은 지난 14년간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 나눔기부 프로그램을 만든 전 상인회장 왕룡물산 이용노씨(70)는 “여기 다 주민들이 와서 사주니까 장사가 되는 건데, 큰 거 나누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할 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십시일반의 이 작은 나눔은 부평깡시장 인근 어려운 주민들에겐 한 겨울의 화롯불같은 토닥임으로 마음을 데운다. 이씨는 자신이 파는 배추며 무 같은 채소를, 삼화농산 김보균씨(54)는 깨나 고춧가루를 내놓으며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내놓은 기부 물품들은 1t트럭 2대에 가득 채워져 1개월에 1~2번씩 이웃에게 전해진다.

1년에 1번씩 지역 어르신들께 정성껏 만든 닭곰탕을 대접하고, 상인들이 내놓은 배추와 무 등으로 1천200포기가 넘는 김장을 해 전달하기도 한다. 어려운 이웃들의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더 오래 건강하게 함께하자는 바람을 담아 온 상인들이 힘을 모은다.

채소가게 이정숙씨(75)도, 양곡 가게 최원묵씨(65), 건어물가게 김종범씨(59)도 모두 이런 나눔이 행복하다. 내가 받았으니, 나도 돌려주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한다. 그저 상인들은 어서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호흡하고, 나누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북적이는 손님들 속에서 새해의 희망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부평깡시장, 그들에게서 주변으로의 토닥임이 우리에게는 몇 배의 온기로 돌아옴을 배운다. 2022년, 이제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며 온 힘을 다해 토닥이자. 그 온기가 온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수 있도록.

김경희·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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