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년특집] 착한가게들 ‘코로나 한파’ 녹였다

어려운 이웃 보듬은 사장님… 시민들 ‘돈쭐’ 화답

어려운 이웃에게 베푼 선행이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다. 2년간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은 어두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일반인 1천49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블루’에 대한 반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사태 이전보다 5배가량 높은 20.9%가 우울증세를 겪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연이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확산세가 커지는 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발생해 얼어붙은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따뜻한 정이 남아있다. 딸아이에게 피자를 먹이고 싶다는 아버지의 당부에 무료로 피자를 배달한 피자가게 주인 홀로 사는 노인에게 과일을 챙겨주는 과일가게 사장,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을 위해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가게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나긴 코로나19 터널 끝에 희망의 빛줄기를 선사하고 있다.

 매달 독거노인에 싱싱한 ‘사랑의 과일’ 전달 

김태기 용인 동백1동 ‘과일나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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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기흥구 동백1동의 김태기 과일나라 사장(56ㆍ여)은 기부로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올해 2월 지인의 권유로 매달 두 차례 제철 과일 총 네 박스를 동백1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독거 노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게 시작이었다.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정말 감사하다’는 노인들의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없던 기운마저 다시 샘솟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용인시를 통해 더 널리 알려지자 행복 바이러스는 김 사장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돈쭐’ 내러왔다”며 가게에서 6㎞ 떨어진 마북동 거주 50대 남성이 과일을 이것저것 사갈 때마다 자신의 선행이 더 큰 행복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또 최근 용인시청 인근으로 이사한 70대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7㎞ 떨어진 가게를 방문 양손 가득히 과일을 사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김 사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게에 찾아오니 오히려 제가 기부를 받는 느낌이다.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큰 금액을 기부한 것도 아니기에 한편으론 부끄러운 마음도 있긴 하다”면서도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기에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부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며 웃었다.

 꿈나무·G드림 카드 소지 청소년 안경 무료 맞춤 

조벽상 ‘다비치안경’ 수원 아주대삼거리점 대표

지난 2020년 4월부터 결식아동 꿈나무카드 G드림카드를 소지한 청소년에게 안경을 무료로 맞춰주며 ‘선한 영향력 가게’에 동참 중인 조벽상 다비치안경 아주대삼거리점(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대표(37)는 선행 중독에 빠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는 조 대표는 약 9년 동안 월세를 밀리지 않고 안경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주민들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이 같은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두 아이의 아버지인 자신도 자식 같은 어린 학생들이 돈 걱정하며 안경 사는 걸 주저할까 가게 앞에 ‘그냥 삼촌이 안경 맞춰준다고 생각하자’라는 큰 현수막을 붙였다.

이러한 사실이 SNS를 타고 알음알음 알려지자 한 통신사로부터 ‘우리동네 착한가게’에 선정돼 3년간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권선구 호매실동 등 다른 동네 주민들도 조 대표에 힘을 실어주고자 안경을 맞추러 오고 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 만큼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이 같은 선행을 계속해 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들과 같은 선행이 더 알려져 사회가 따뜻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소영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선행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선 선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더 의미가 깊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의 복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의 선행을 더 알려 우리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직 아버지 ‘딸 생일’ 막막… 공짜피자 선물 

황진성 ‘피자나라 치킨공주’ 인천 구월만수점 사장

코로나19로 실직한 한 아버지가 어린 딸의 생일을 맞아 피자를 주문하려 했으나 수중에는 571원뿐이었다. 결국 이 남성은 ‘나중에 기초생활 급여를 받으면 돈을 드리겠다’는 메모를 남긴 채 피자 한판을 주문했다. 이 이야기는 지난해 8월 인터넷을 후끈 달군 이른바 ‘돈쭐 피자가게’의 서두다.

정작 당사자인 황진성 피자나라 치킨공주 구월만수점(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사장(32)은 담담하게 그때 일을 회상했다. 배달 어플의 요청사항에 적혀 있는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에 고민할 겨를 없이 피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담 갖지 말고 다음에 또 주문해 달라’는 메모를 피자 박스에 붙였다.

이러한 황 사장의 선행이 알려지며 동네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돈쭐에 동참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감소하던 매출이 다시 뛸 정도로 주문이 많이 들어와 재료 소진으로 문을 일찍 닫는 날도 있었다. 매장을 방문한 50대 남성은 악수를 건네면서 3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두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다.

황 사장은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칭찬받을 일인가 싶었으나 그만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민ㆍ박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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