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코로나19 확산에 한파 겹친 연말, 더 시린 연탄가구

사진=윤원규기자
사진=윤원규기자

코로나19 재확산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은 더 춥고 고달픈 겨울을 나고 있다.

22일 오후 3시께 의정부시 고산동 일대에 자리잡은 기지촌. 빛바랜 간판들이 걸린 마을 입구를 지나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들어서자, 허름한 모습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집집마다 차가운 냉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샌드위치 패널이나 스티로폼ㆍ비닐 등을 덧댄 채 지내고 있었으며, 상당수의 가구는 여전히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이른바 ‘뺏벌마을’이라 불리는 이곳 기지촌은 해방 이후 미군 부대가 들어서며 형성됐지만, 부대가 철수한 뒤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주민들은 200명 안팎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을 앓는 노년층이라 이웃의 관심이 절실하다. 연탄이 온다는 소식에 마중을 나온 최동례 할머니(74) 역시 홀로 지내고 있었다.

적막하던 마을에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연탄을 한가득 실은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5가구에 전해질 연탄 1천장은 의정부경찰서에서 마련했으며, 배달은 경찰과 동두천 연탄은행 봉사자들이 맡았다. 트럭이 멈추자 흰색 우비를 갖춰 입은 20여명의 봉사자들이 능숙하게 지게를 지고 연탄을 쌓더니 가파른 언덕길을 줄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연탄을 받아든 최 할머니는 “아무리 아껴 쓰려 해도 하도 날이 추워져 하루에 연탄을 8장씩 사용하고 있다”며 “겨울이 오면 어디서 연탄을 구하나, 값이 자꾸 오르는데 어찌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찾아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미소지었다. 봉사자들은 연탄을 전달하면서도 꼼꼼히 노인들의 건강상태와 안부까지 챙겼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지역 연탄 사용가구는 5천55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파주ㆍ연천ㆍ포천ㆍ의정부 등 북부지역 4개 시군에만 1천881가구(34%)가 집중돼 있다. 더욱이 이들 가구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코로나19 이후 연탄 후원이 급감하면서 더욱 고된 삶을 살고 있다.

오성환 동두천 연탄은행 운영대표는 “간절하게 바라는 소원이 하나 있다면 에너지 빈곤층이 사라져 연탄은행도 문을 닫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연탄 수급이 저조한 데다 봉사의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이웃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 중 수급ㆍ지원 여부조차 알지 못해 발생하는 사각지대도 여전히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중요하며, 취약계층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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