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차라리 조기 방학을 하지 그랬나요”
20일 오전 8시께 수원 화홍중학교 정문 앞.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손 소독과 열 체크를 마친 뒤 교실로 들어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걷던 등굣길이 하루아침에 ‘코로나 방역길’로 변한 것. 학생들은 익숙한 듯 방역도우미 지도 아래 발걸음을 옮겼고, 적막감으로 가득 찬 복도와 텅 빈 교실들을 지나 각자의 반으로 향했다.
화홍중 교사들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교탁 위에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등교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이어갔다. 교실마다 “얼굴 보이게 카메라 키세요”, “책 펴세요”라는 교사의 말이 학교 곳곳에 울려 퍼지면서 전면등교 중단 첫날을 실감케 했다.
남기흥 화홍중 교장은 “전교생 850명 중 30%(257명)가 등교하지 못했다”라며 “확진자가 늘어 다시 부분 등교하게 돼 너무 안타깝고, 확진자가 느는 만큼 방역에 더 집중하고 아이들 방역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잠시 멈추면서 수도권 초ㆍ중ㆍ고교를 중심으로 전면등교가 중단됐다. 학부모들은 방학을 앞두고 병행되는 부분 등교에 대해 “차라리 조기 방학을 시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분야 거리두기 강화 조치 시행 첫날인 이날 경기지역을 비롯해 수도권에선 초등학교 1ㆍ2학년 매일 등교, 3~6학년 2분의 1 등교, 중ㆍ고등학교 3분의 2 등교가 실시됐다. 이에 경기지역 초ㆍ중ㆍ고(특수학교 포함) 2천489개교 가운데 20개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학교는 등교ㆍ원격수업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전면등교 중단 첫날 학부모들 사이에선 부분 등교에 따른 학습 공백 우려와 함께 “조기 방학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배형준씨(48ㆍ수원)는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부분 등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조기방학을 실시해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진실씨(52ㆍ가명)도 “겨울방학을 일찍 하는 게 학부모 입장에서 덜 걱정된다”라며 “매번 부분등교를 반복하다 보니 아이들도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하루 800명대를 기록 중인 코로나19 학생 확진자 수가 뒷받침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간 전국 학생 확진자 수는 총 5천909명으로 일평균 822.1명꼴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4일 하루에만 학생 확진자 1천107명이 발생해 일일 최다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학교 단위 백신 접종 방법을 확정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년 상반기부터 지역이나 학교급 구분없이 전면 등교 원칙이 적용되는 ‘완전한 일상회복’ 추진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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