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삶과 종교] 작은 설 ‘동지’
오피니언 삶과 종교

[삶과 종교] 작은 설 ‘동지’

2021년이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은 12월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옛 어른들의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가니 한순간도 헛되이 살지 마라’는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안타까운 마음에 달력을 가만히 살펴보니, 22일, 동짓(冬至)날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있는 동지는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예로부터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 부르며 옛 선조들은 동지를 전통 명절로 여겨왔다. 이 날이 돼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동지에는 재앙을 물리치고 없앤다는 의미에서 집집마다 정성스럽게 팥죽을 쑤어 가족 또는 이웃과 나눠 먹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서양문명이 빠르게 들어와 서구화가 확산되고, 과거 조상의 세시풍습은 고루한 것으로 여겨 소홀히 대하면서 사실상 소멸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동지 즈음에 일부 농촌 마을이나 사찰에서 팥죽을 쑤거나 민속놀이를 하는 등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가정에서 팥죽을 만들어 먹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여 가족끼리 사찰에 와서 동짓날 팥죽을 받아 가족끼리 나눠 먹는 것도 좋을듯하다.

동지의 또 다른 의미는 ‘새로운 출발’을 나타낸다. 왜냐면 이날을 기점으로 점차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기에 음(陰)의 기운이 사라지고 양(陽)의 기운이 증진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팥죽의 색깔이 붉은 것도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

2년 전 시작된 전대미문의 감염병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연일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친지나 친구도 쉽게 만나자고 하기 어려운 ‘암흑의 코로나 터널’을 언제 벗어날지 예상조차 어렵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를 하루속히 물리치는 벽사(<8F9F>邪)의 의미가 담긴 동지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대전환’의 계기로 삼았으면 참 좋겠다.

동지가 지나면 곧 보신각을 비롯해 전국의 사찰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서른세 번의 종이 울려 퍼질 것이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길목에서 모든 어려움과 나쁜 것은 동지에 맞춰 훨훨 떠나보내고 호랑이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코로나와 작별을 고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정한 이웃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사람들이 더욱 건강하고 복 많이 받기를 발원해본다.

오봉도일 스님 봉선사 부주지ㆍ양주석굴암 주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