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무주택자 선택지 없다… 울며 겨자먹기 ‘월세시대’

전셋값 급등·대출규제·금리인상... 임차인이 제발로 월세 찾게 만들어
전월세 거래 중 월세 포함 39.6%, 사라진 전세, 무주택자 깊은 한숨

15일 수원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내걸린 부동산 매물 중 대부분을 월세가 차지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15일 수원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내걸린 부동산 매물 중 대부분을 월세가 차지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월세 안 낀 매물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15일 광교지역의 한 아파트. 일대에서도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이곳의 한 부동산에서 ‘요즘 전세 매물이 많이 없냐’고 묻자 “거래 자체가 절벽이라 생각보다는 매물이 꽤 있는 편이다”라며 “하지만 100% 전세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반전세 매물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의 전용 85㎡대의 매물을 확인해본 결과 전세는 9건, 월세를 포함한 반전세는 35건으로 월세를 낀 매물이 월등히 많았다.

같은 날 하남 위례신도시의 A 부동산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자 “집주인도 월세를 끼고 매물을 내놓고, 세입자들이 먼저 반전세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세입자가 반전세 매물을 먼저 찾는 것은 이전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 역시 전용 51.89㎡의 기준 전세 매물 48건, 월세 매물 68건으로 월세 매물 비중이 더 높았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가운데에도 전ㆍ월세 실수요자 등 무주택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ㆍ종부세 인상과 임대차 3법 여파로 집주인들의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출 규제와 함께 이어지는 금리 인상은 실수요자들이 제발로 월세 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이날 경기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경기도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어지는 거래 절벽 속에서도 반전세(보증부 월세) 거래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2019년 11월 경기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2만1천585건으로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거래는 7천348건(34.04%)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는 2만700건의 전월세 거래 중 7천744건(37.41%)의 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1만4천806건 중 5천863건(39.6%)이 월세로 거래되면서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전월세 거래량 감소세 속에서도 오히려 월세가 포함된 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다 대출규제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또 이전에는 금리가 오르게 되면 임대인들이 오히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양상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선택지가 월세밖에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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