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와 인접한 충남 천안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도내 양계 농가들이 확산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평택시 청북읍의 한 산란계 농장. 터널식 차량 소독기가 설치된 농장 입구에는 생석회가 도포된 채 외부 차량 및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농장주 유정남씨(65ㆍ가명)는 통화에서 "최근 천안시 풍세면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작년 겨울 AI 파동으로 50만 마리가 넘는 닭을 살처분시킨 유씨는 지난 4월부터 입식을 시작해 13만 마리의 닭을 농장에 다시 들였다. 하루 평균 12만5천개의 달걀을 수확하는 유씨는 철저한 소독 등을 통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AI로 또다시 닭을 잃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유씨는 “평택은 매년 AI로부터 타격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서 늘 철저한 소독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전염을 막을 수 없어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라며 “사료값과 인건비 등 매년 농장 운영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가 발생하게 된다면 피해가 막심해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안성시 미양면의 A양계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여름 고온으로 인한 축사 유지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농장은 혹시나 AI가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농장주 B씨(57)는 “농장 주변에 생석회를 뿌리고 축사 내ㆍ외부를 소독하고 있지만 철새가 어디로 이동할지 알 수가 없어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라며 “애지중지 키운 닭을 지키기 위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I 발병 소식에 소비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겨울 3천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AI로 살처분돼 달걀 한 판 값이 1만원대를 넘나들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성시 원곡면에 거주하는 주부 최옥희씨(50ㆍ여)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달걀값이 이제야 안정세를 찾아가는 데 AI가 또 터져 걱정”이라면서 “지금도 고물가인 상황에서 서민들의 식재료인 달걀값까지 치솟으면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더욱 가벼워질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와 관련, 안길호 경기도 조류질병관리팀장은 “천안시 AI 확진 농가와 동선이 겹쳤거나 의심되는 도내 농가를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이 나왔다”면서 “도는 지난 10월부터 도내 양계농가의 AI 정밀 검사를 2주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검사 주기를 단축하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해 방역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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