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단상] 자치분권 2.0 시대, 주민자치를 중심으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1991년 지방의회 재구성을 시작으로 분권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리라는 기대 속에 출발한 지방자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 30년간의 지방자치는 국가의 주도하에 이뤄지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직적인 성격을 띠는 관계로 자리 잡게 됐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수평적인 관계를 이뤄야 한다.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관계를 이룰 뿐 아니라 주민까지도 협력자의 관계로 함께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면 개정되며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자치분권 2.0 시대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해 주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자치를 강화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필자는 경기도의원 시절부터 주민이 도시의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자치분권과를 신설하고 시민의 시정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 17개 동 주민자치회 전환, 주민세 환원 마을사업, 500인 원탁 토론회, 청년숙의예산제 등 시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했다. 아울러 광명자치대학과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시민의 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도 함께했다.

그 결과 광명에는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시민들은 시에서 열리는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서로 생각을 조율해가며 더 나은 정책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또 17개 동의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열어 주도적으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꾸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광명시는 전국적인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한다. 그간 경험을 토대로 최초의 주민자치 개념서를 발간해 진정한 주민자치를 알리고 자치분권 2.0 시대의 개막을 앞당길 것이다.

하지만 자치분권 2.0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주민 스스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무리 커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재원이 없다면 주민자치는 불가능하다. 현재는 복지사업 등 중앙정부의 국고보조사업에 지방비를 매칭하고 나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쓸 수 있는 예산이 매우 한정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권한의 이양과 함께 지방의 가용예산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주자들의 주요 공약들이 하나 둘 발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자치분권 2.0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남아있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갈 공약이 간절하다. 자치분권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지역에 나누는 방안들이 후보자의 대선 공약에 담기길 희망한다.

박승원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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