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올라와 오전 9시부터 기다리는 중입니다”
11일 낮 12시30분께 평택시 포승읍 만호사거리 인근 한 주유소. 요소수를 판매하기까지 1시간30분이나 남았지만 진입로는 트레일러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아침부터 주유소를 찾아와 대기 중인 차량이다. 뒤이어 온 차량들이 진입로에서 속도를 줄였지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이날은 국방부가 군 비축물량을 민간에 풀기로 한 첫날이다. 군은 중국발 요소수 품귀사태를 완화하고자 비축물량 중 200여t을 전국 5대 주요 항만 인근 주유소 32곳에 공급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트레일러 기사 박철민씨(46)는 “새벽에 컨테이너를 반납하자마자 요소수 공급소식을 듣고 아침부터 줄을 섰다”며 “국도변 주유소에선 10ℓ당 8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이마저도 없어 구하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평택항여객터미널 인근 주유소는 오후 1시가 넘자 트레일러로 장사진을 이뤘다. 주유소 직원이 500여m 가까이 늘어선 트레일러 사이로 돌아다니며 번호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이 주유소 소장 박춘씨(53)는 “오전 10시부터 트레일러가 줄을 서기 시작, 이젠 어디까지 늘어서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유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공급 대상 차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탓이다.
이천에서 왔다는 탑차 운전기사 이문수씨(46)는 “트레일러가 운반한 컨테이너 화물을 탑차가 옮기는데 누군 주고 누군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미 요소수가 동나 집에서 쉬고 있는 기사도 많다. 이 차량도 2~3일 뒤엔 운행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40분께 국토교통부와 평택경찰서 직원들이 요소수 배분지도를 위해 주유소를 찾았다. 오후 2시가 되자 줄을 선 순서대로 트레일러들이 진입했다. 판매는 순조로웠다. 차량 확인과 결제를 거쳐 현장서 요소수를 주입했다. 주입을 마친 차량이 떠나면 다음 차량이 진입했다. 큰 혼란은 없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군이 공급한 요소수는 부산항 인근 주유소 7곳(100t), 인천항 인근 주요소 8곳(40t), 전남 광양항 5곳(15t), 평택항 6곳(15t), 울산항 6곳(15t) 등에 배분됐다.
한편 요소수는 컨테이너 수송용 화물차인 대형 견인형 특수자동차(트랙터)와 컨테이너 수송용으로 구조변경을 승인받은 카고차주들에게는 1인당 30ℓ씩 10ℓ당 1만2천원에 판매됐다.
평택=최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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