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개최된다. 이 회의를 앞두고 우리나라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18일 탄소 중립 최종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 중립의 문자적 의미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0)’가 되게 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최근 분석(World Energy Outlook 2021)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천명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6.7억톤 가까이 된다. 이를 2050년까지 0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2050년이면 앞으로 약 30년 후이니 아직 먼 미래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의미하는 변화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30년은 결코 여유있는 시간이 아니다. 탄소 중립은 문명의 대변혁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산업화 이전 농경문명의 지배적인 에너지원은 농작물의 성장을 위한 태양 에너지, 그리고 농업 노동을 위한 사람과 가축의 근육 에너지였다. 그러던 것이 18세기말 이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경문명은 산업문명으로 전환됐다. 그에 따라 전체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고 또 산업화와 더불어 인간과 가축의 노동력이 점차 기계로 대체됐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에너지원도 일대 전환이 이뤄졌다. 19세기에는 석탄, 20세기에는 석유가 지배적인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석탄과 석유는 지구의 먼 과거에 번성했던 생물의 화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화석연료라 불리운다. 요컨대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온 산업문명은 화석연료 에너지에 기반한 문명이다.
다른 에너지와 구별되는 화석연료의 한가지 특징은 축적된 형태의 에너지라는 점이다. 즉 화석연료는 태양에너지가 생물 화석의 형태로 변환돼 축적된 것이다. 우리가 예금 잔고만 있으면 그로부터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는 것처럼 화석연료 역시 채굴할 수만 있으면 생산과 소비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문명은 이전의 농경문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팽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고갈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제 화석연료는 고갈에 이르기 한참 전에 퇴출될 운명을 맞고 있다. 화석연료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지난 200여년간 지속되어온 산업문명의 에너지 기반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함을 의미한다.
불과 30년 안에 이같은 대전환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엄청난 과제다. 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식(기술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의지(행동변화)다. 앞서 언급한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기반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중요한 관건은 실행의지와 행동변화라 주장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 변화는 우리 모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변화가 그러하듯 이는 적지 않은 불편을 수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자신과 후손의 삶을 위해 이 불편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불편과 고통이 고르게 분담돼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전제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