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등산객 모르고 안내 표지판 없는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

3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불곡산 정상에 설치된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이 자물쇠로 잠겨 있다.조주현기자
3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불곡산 정상에 설치된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이 자물쇠로 잠겨 있다.조주현기자

등산객이 늘어나는 행락철을 맞아 도내 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응급상황을 대비해 마련한 ‘등산로 간이 구조구급함’이 정작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 없이 설치,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31일 오전 10시께 의왕 모락산 정상(국기봉)에서 30m 떨어진 등산로 구석에는 관할 소방서가 설치한 간이 구조구급함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본보가 소방당국에 물어 구급함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갔는데도 등산로 한편에 있는 간이 구조구급함을 한번에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이곳을 오가는 등산객 대부분이 간이 구조구급함 존재를 알지 못했다. 등산객 장현상씨(65)는 “구급함이 있다는 표시나 위치 표시가 없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성남 불곡산 정상에서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곳에 설치된 간이 구조구급함의 경우 자물쇠로 잠겨 있어 응급상황 시 등산객들이 신속하게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더욱이 자물쇠를 열기 위해선 119 신고를 통해 번호를 안내받아야 했다.

본보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간이 구조구급함이 설치된 산에서 만난 등산객 20명에게 간이 구조구급함의 정확한 위치를 물어본 결과, 등산객 대부분이 간이 구조구급함의 설치 위치를 알지 못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 설치된 간이 구조구급함은 경기남부 72개, 경기북부 60개 등 총 132개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부터 도내 산 곳곳에 간이 구조구급함 설치가 이뤄졌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등산객 등이 구급함의 존재와 용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위치를 알지 못해 구급함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 불곡산을 관할하는 분당소방서 관계자는 “자물쇠가 잠긴 건 119로 전화하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제작해 함 외부에 붙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급함에 대해 관할서를 통해 홍보하고 시ㆍ군과 협조해 등산로 입구 표지판에 위치를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민훈ㆍ박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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