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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단상] 판문점 가는 길
오피니언 시정단상

[시정단상] 판문점 가는 길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을 앞둔 5월30일, 정부는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며 남침 땅굴인 ‘제3땅굴’의 운영권을 파주로 넘겼다. 그 후로 제한된 인원만 견학이 허용된 군의 안보교육장으로서의 ‘제3땅굴’은 신원조회 없이도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전체 땅굴의 길이 1천635m 중 265m만 공개돼 관광객의 안전은 지키면서 DMZ 영상관, 전시관 및 상징조형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민간인 통제지역에 있는 만큼 관람할 때 파주시의 ‘DMZ 연계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 주변 관광지도 활성화했다. 이제 해마다 6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대표적인 안보관광지가 됐고, 덩달아 지역 상권도 발전했다.

그러나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판문점’은 파주에 있어도 평화관광화에 제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통일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이 나눠 견학을 운영한 판문점은 지난 2월 ‘판문점 견학지원센터’가 설립되고도 통일부가 통합운영하고 있다. 파주시는 판문점 관광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판문점 견학이 잠정 중단됐지만, 파주의 평화관광지를 찾는 이들은 끊이지 않는다. 이에 ‘통일로 가기 위한 관문’이자 ‘평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 걸맞게 판문점을 평화관광의 주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3땅굴이 그러했듯 판문점 관광도 파주시로 맡기면 가능한 이야기다. 이미 드넓게 펼쳐진 평화누리를 품고 있는 ‘임진각’, 민간인 통제지역인 캠프 그리브스를 잇는 ‘평화곤돌라’, 개성을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 등 DMZ 안보관광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와 안양시를 합한 것보다 큰 면적(673㎢) 못잖게 파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문화·예술이 있는 도시로, 이를 소개하자면 한참 걸릴 정도다.

특히 파주는 지난 19년간 제3땅굴 등 다양한 안보관광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평화관광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DMZ 연계 안보관광을 비롯해 임진각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DMZ 평화의 길 등을 운영하고 있는 파주시는 판문점을 포함해 평화관광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다.

통일부는 본디 설립목적에 따라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통일문제에 집중하면 된다.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북한정세를 분석, 통일교육 및 홍보 등의 업무도 맡아야 한다. 남북 간의 적대관계를 하루속히 해소하고, 비핵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고개도 아직 많다. 대신 판문점 견학지원센터는 파주시로 이관해 평화관광지의 중심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시는 67년 동안 잃어버린 판문점의 주소를 되찾고, 판문점 선언길 명예도로를 지정해 홍보도 했다.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에 건축물 대장을 만들고, ‘통일로’라는 도로명도 부여했다. 하지만 정작 판문점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늘 안타까웠다.

파주시에 판문점 운영권을 맡기면 판문점 견학과 DMZ 관광 창구를 일원화해 관광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남북정세로 견학이 어려울 때는 대체코스를 운영하는 등 돌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다. 파주의 다양한 자연·문화 관광자원을 연계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DMZ 연계 셔틀버스의 통합운영으로 운영비도 줄이고, 인적·물적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판문점 견학을 파주로 이관하는 결단만 남았다.

최종환 파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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