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원폭피해자 생활지원수당 月 5만원 지급 추진…‘전국 롤모델’ 기대

경기도가 원폭피해자 1세대를 대상으로 매월 생활지원수당 5만원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이규열 회장 등이 경기도청에 방문해 원폭피해자 지원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경기일보 DB

경기도가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속 76년간 숨죽여온 도내 원폭피해자 1세대를 대상으로 매월 5만원의 ‘생활지원수당’ 지급을 추진한다.

이는 경기도의회에서 생활지원수당 지급을 핵심으로 한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 개정 움직임에 따른 조치다. 앞서 전국 최초로 의료 혜택 등 3세대까지 지원을 확장하는 직접적 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는 경기도는 이번 정책을 통해 또 한 번 전국을 선도하는 ‘롤모델’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원폭피해자에게 매월 5만원의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해당 예산이 경기도 예산실과 경기도의회 예산안 심의를 통과하면 도내 거주하는 원폭피해자 1세대(150명 생존 추정)는 내년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매월 정기적으로 생활지원수당을 받는다.

일본에 강제징용된 원폭피해자 1세대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 피폭돼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보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일본 정부 등에서 치료비 명목으로 ‘원호수당’ 30만원을 지급하지만 잦은 병원치료와 후유증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원폭피해 1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파악을 위한 조사방안 및 예비 조사’(2018년)를 보면 1세 조사 참여자의 월평균 가구 수입은 138만9천원(2017년 우리나라 월평균 가구소득은 462만원)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36.0%는 맞춤형 급여 수급대상 가구(70세 이상 평균 5.7%)에 해당했으며 대상 가구 대부분은 ‘생계급여’(94.4%)를 받을 만큼 생활이 열악했다.

아울러 경기복지재단이 연구한 ‘경기도 원폭피해자 지원 방향 연구’(2020년)에서도 1세대는 원호수당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세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린 시절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오정수씨(가명·86)는 “(건강검진과 의료급여, 각종 수당을 지원받는) 일본 원폭피해자들의 3분의 1 정도만 지원받아도 좋겠다. 일본과 비교해 지원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가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게 된다면 원폭피해자 지원에도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정웅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장(경기·인천·강원·충청·전라 권역 포함)은 “경기도가 추진하는 생활지원수당은 76년간 소외받았던 원폭피해자를 안아준 매우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국가가 늘 우리 곁을 지켜준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경기도의 이번 대책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경기ON팀=이호준·최현호·김승수·채태병·이광희·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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