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이 코앞인데…때 이른 한파가 야속하네요”
올해 느닷없이 불어닥친 늦장마에 이어 기습적인 한파로 경기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육장애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확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18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배추 농장. 지난 17일부터 최저 기온이 0~2도로 뚝 떨어지면서 된서리를 맞은 배추의 겉잎이 축 처져 있었다. 배추는 통상적으로 7월 말께 파종해 정식(모종을 밭에 내어다 심는 일) 과정을 거쳐 11월 초 수확한다.
그러나 늦장마에 이은 기습 한파로 3천㎡가 넘는 밭의 배추는 속이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 기상이변으로 작물의 성장이 저하되면서 농장주는 수확 시기를 늦추거나, 속이 꽉 차 있지 않은 상태로 상품을 출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30년간 배추를 재배해온 김우신씨(50ㆍ가명)는 “이상기온 여파로 올해 배추 출하량이 전년보다 20% 정도 감소할 것 같다”면서 “수확하는 수량만 감소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품성까지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포천시 창수면의 사과 농장(2만1천500㎡)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2천700그루에 달린 사과들이 농장을 붉은빛으로 물들여야 하지만, 올해는 사과가 착색되지 않아 출하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면교 참살이농원 대표(58)는 “16년간 사과를 재배해왔지만, 올해처럼 착색되지 않아 곤란한 적은 처음”이라며 “평소대로라면 20일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늦장마와 기습 한파로 아직 사과가 농익지 않아 수확 시기를 어쩔 수 없이 늦춰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어 “재해보험에 가입은 돼 있지만, 이상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보상받기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면서 “수확 때까지 해가 잘 들어 사과의 상품성이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기습적인 한파인 만큼 노지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철저한 보온 관리를 통해 저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상기온에 따른 피해를 입은 농가는 즉시 신고센터 또는 각 시ㆍ군청에 민원을 접수해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중순 기준 수도권 최저기온이 0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57년 이후 64년 만이다. 이번 추위는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짐과 동시에, 북쪽에서 영하 40도 이하의 찬 공기가 급격히 유입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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