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View] 빈 것은 빈 것이 아니다

가을, 풍성함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사실 비어 내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툭. 맑은 자궁 하나, 언제 잉태했는지 쑥 빠져나간 빈터만 남았다. 봄부터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뎌주고 이 계절에 쑥- 토해내다니! 알밤의 흔적이다. 누군가에겐 일용할 양식이요, 새 생명을 위해 풀숲 어디에서 고요히 고요히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테다. 비워 내는 것은 빈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잉태하는 일인 게다. 조건 없이 내어주므로 자신을 비우는 것. 가을이란 계절, 참 경이롭다. 빈 것은 진정 빈 것이 아님을.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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