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게 쪽지 편지가 손에 들어왔다. 이름은 쓰여있지만, 성은 알 수 없고 얼굴도 더더욱 알 수 없다.
다만 손편지에 맘이 이끌려 내게 온 것이다. 1년이란 시간이 흘러 갑자기 궁금해져 풀어 보았다. 신화 앨범이 새로 나온 이야기며, 야자 수업 시간에 쓰고 있으며, 자기 반 애들은 맨날 야한 얘기만 한단다. ‘어제 마을버스에서 친구를 보았는데 교복이 어느 학교 것인지 모르겠다’ 등 사춘기 소녀의 꼭꼭 눌러 쓴 손편지에 모의고사가 끝나고 망쳤다며 교복 입고 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시 피시방에 가서 메일을 보낸다는 추신까지 쓰여있는 걸 보면 아직도 더 할 말이 남았다는 건지. 풋~ 웃음이 인다.
조잘조잘 시절 쪽지 편지 속에 풋풋함이 묻어 나의 사춘기 시절도 소환해 낸다. 편지에 대한 질감을 느끼기 어려운 즈음 오늘은 손 편지 한편 써서 누군가에게 건네야겠다.
홍채원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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