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가 대세다.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면 심신이 안정돼서 일까. 삶에 치이고 코로나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겪는 현대인들이 뇌에 휴식을 주기 위해 힐링 '명당' , 아니 '멍당'을 찾아 나서고 있다.
숲멍, 불멍, 물멍, 바람멍, 바다멍 등 멍 때리는 방법과 장소도 다양한데, 어떤 ‘멍당’을 가야할지 모르겠다면 주목하자. 멍 때리기 ’쓰리 콤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이천시 율현동에 있는 ‘인디어라운드’다. 숲으로 둘러싸인 카페에 수영장과 캠핑장까지 있어 낮에는 ‘숲멍’과 ‘물멍’을, 밤에는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불멍’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 보너스로 카라반 차박과 동화 속에 나올법한 이색 테마존까지 대기 중이다. 이리저리 잴 것 없이 바로 향해보자.
■숲과 글램핑장으로 둘러싸인 ‘인디어라운드’
인디어라운드는 독립된(INDEPENDENT), 빙 둘러(AROUND)를 의미하는 영단어를 합친 브랜드명이다. 지난달 25일 찾은 이곳은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7가지 테마로 구성된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글램핑장과 숲이 에워싸고 있었다. 숲멍과 불멍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7가지 테마는 ▲북미존 ▲북카페존 ▲감성핑크존 ▲산토리니존 4개 콘셉트의 카페와 ▲페스티벌존 ▲캠프존 ▲코코카리브(수영장) 3개 콘셉트의 오토캠핑 공간으로 구성됐다. 마치 하나의 작은 마을처럼 한데 모여있는 이곳은, 총면적 3만5천371㎡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7천140㎡) 5개와 맞먹는 규모다.
■80년대 북아메리카 카페감성 ‘북미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글램핑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음료를 주문하는 실내 카페가 북미존이다. 80년대 북아메리카 카페 느낌으로 꾸며졌다. 할로윈 시즌을 맞아 곳곳에 해골, 호박 등 오싹한 분위기의 소품들이 가득하다. 시즌마다 장식이 바뀐다고 하는데 언제와도 지루할 틈이 없을 듯하다. 특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드나드는 출입구가 아주 독특하다. 벽면에 빨간 냉장고가 설치되어 있는데 바로 냉장고 문이 출입문이다.
■‘핑크 덕후’ 제대로 취향 저격한 핑크존
냉장고 문을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온통 핑크빛이다. 천장, 기둥, 테이블과 소파 등 모든 소품이 핑크 천지다. 핑크 덕후라면 기분 전환 제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인 셈.
이 공간에서 주목할 점은 한쪽 벽면에 2층으로 쭉 나열되어 있는 작은 룸들이다. 딱 ‘나’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아지트 ‘캡슐방’이다. 길이 1천400mm의 작은 사이즈지만 두 사람까지 들어갈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 키를 대면 문이 잠기고 조명이 켜진다. 시끄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독립된 공간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놀다가 졸리면 마음 편히 누워 잠을 청할수도 있다.
핑크색 공중전화 부스도 시선을 끈다. 언뜻 보면 인테리어 장식물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냉장고처럼 출입문이다. 이 문을 통해 야외로 나갈 수 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공중전화 옆의 손잡이를 당기면 문이 열린다.
■동화 같은 캠핑장서 숲멍하기 딱인 ‘페스티벌존’
야외로 나오자 마치 동화 속으로 걸어들어온 듯하다. 넓은 정원에 여러 대의 파스텔톤 캠핑카와 마이크로버스가 놓여있다. 중앙에는 야외 수영장처럼 보이는 직사각형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분수 옆에는 야자수 나무도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든다. 여기가 바로 인디어라운드의 핵심 페스티벌존이다.
캠핑카와 야자수나무 사이 테이블에 앉아 힐링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에서 왔다는 방문객 유민선(40)씨는 “캠핑을 좋아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1박을 하는 건 쉽지가 않아 못했다. 이곳에선 음료 한잔 가격에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 너무 좋다. 특히 아이들이 실내 키즈 카페에선 답답해서 한 시간도 못 버티는데 공간이 다양해서 잘 논다. 덕분에 숲을 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오랜만에 여유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뒤편으로 가면 알록달록 예쁜 캠핑 카라반도 모여있다. 이곳의 모든 캠핑카와 카라반은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라반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포토존으로 최적이라는 것. 카메라를 갖다 대면 가까이는 제주도, 멀리는 하와이까지 떠난 듯한 착각에 빠진다. 햇살을 받으며 핑크색 버스 앞에 앉아 달콤한 딸기라떼를 마시며 생각했다. 역시 우리에겐 조금 유치해도 알록달록한 것이 꼭 필요하다고.
■‘불멍’하기 제격인 글램핑장
대형 천막을 설치해놓은 캠프존과 글램핑장도 있다. 숙박을 하지 않을 경우 캠프존에서 가볍게 피크닉 기분을 낼 수 있고, 숙박을 원할 시 글램핑장에서 바비큐를 즐기며 제대로 캠핑할 수 있다. 특히 밤이 되면 모닥불 피워놓고 ‘불멍’하기 제격이다.
피크닉 기분을 내는 공간이 한 곳 더 있다. 북카페존이다. 일반적인 북카페의 딱딱한 인테리어와 달리 잔디광장에 앉아 피크닉을 하며 책을 읽는 느낌으로 조성됐다. 책상 테이블과 의자 대신 캠핑용 폴딩박스와 야외용 좌식 의자가 놓여있어 한결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책장에도 어려운 서적대신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과 만화책 등이 꽂혀있다. 폭신한 의자에 앉아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한 켠에는 산토리니존도 있지만 하얗고 파란 테이블과 의자, 파라솔이 배치되어 있을 뿐, 그리스 산토리니 같은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아 다소 아쉽다.
■칸쿤 휴양지 물씬 풍기는 수영장에서 ‘물멍’
멕시코 칸쿤 휴양지를 모티브 삼아 만든 이국적인 수영장도 인기다. ‘코코카리브’라 불리는데, 글램핑장을 예약한 손님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에 딱 12팀만 들어갈 수 있는 프리이빗 온수풀이다. 가운데 풀장을 중심으로 방갈로형 카바나와 짚파라솔, 알록달록 카라반이 빙 둘러 있는 모습을 보자니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온 듯한 기분도 든다.
압권은 물멍.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비치의자에 앉아 수영장 물을 가만히 바라보면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이거, 괜찮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니 ‘멍’ 해진다. 오랜만에 뇌가 쉬어가는, 기분 좋은 ‘멍’이다.
숲멍, 불멍, 물멍까지 쓰리 콤보를 선사한 인디어라운드. 이곳에서 뇌 힐링에 마침표를 찍고 나면, 바쁜 삶 속에서 생채기 나고 지쳤던 마음을 돌본 것 같다. 걱정과 시름이 있다면 잠시 접어두고, 멍~하게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황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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